가해자 입장 배려한 감형 사례 여전히 많아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에게 온정적 태도를 취하는 반면 피해자에게는 범죄를 유발한 책임을 묻는 기형적인 특징을 갖는 범죄다.

이런 현상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이나 편견 때문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성폭력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되면서도 계속 은폐되고, 어렵게 드러내 구제절차를 밟고자 해도 피해자가 무고죄나 2차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또 고소 등을 힘들게 진행하고도 그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게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반성폭력운동의 오랜 핵심 과제가 바로 성폭력과 관련한 왜곡된 통념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감형 이유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가해자가 술을 마신 것도 ‘욕정에 못 이겨’ 범죄를 우발적으로 일으켰다는 이유로 감형 사유가 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옷을 강제로 벗겨도, 피해자를 물색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끌고 가 강간해도, 가해 행위를 은폐하고자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하려고 피해자의 핸드백을 절취해도, 의도되고 계획된 행위는 온데간데없고 술에 취해 우발적인 범행이 벌어졌기 때문에 잘못에 대한 책임이 줄어든다고 한다.

이쯤 되면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알만하다.

언론에 보도되어 세간에 익히 알려져 있는 모 국회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2심에서 선고유예가 선고된 이례적인 경우인데, 감형 사유 중에 여러 명이 있는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고도의 고의성이 없다는 점이 거론되었다.

우선 둘만 있는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고도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심지어 술을 마셨으므로 우발적 범죄라고 보았으면서) 여러 명이 있다고 고의성이 현저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 문제인 것은 호의적 성적 행동과 폭력적 성적 행동이 서로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일상화’된 폭력적 문화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고해야 할 재판부가 폭력이 이미 고도의 고의성 없이도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일상화되었으니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니, 이들에게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조차 의문스러워진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불합리한 양형 편차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합당하지 않은 감형 사유로 인해 범죄 처벌과 재발 방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6가지 범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형 기준은 합리적인 처벌 정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물론 중요하지만, 성폭력 범죄의 경우 우리 사회의 통념과 싸운다는 점에서 또 다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어렵게 유죄를 입증했는데 이러저러한 통념을 근거로 ‘좀 봐줄만하다’며 감형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논하는 자리에서 결국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통념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하는 꼴이다.

양형 사유를 검토하면서 음주-욕정-우발성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성폭력은 가해자의 책임보다는 남성의 욕정을 건드린 피해자를 문제 삼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모든 이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정당한 외침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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