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불러오는 ‘연예인 자살’ 보도 신중해야
조문객 이름·표정 일일이 읊는 중계식 문제
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병폐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이 두 사람의 자살 소식은 우리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이들의 소식을 전했던 연예정보 프로그램 등 방송의 보도 태도다.
조문객 이름과 표정 일일이 읊어대는
24시간 스포츠 중계식 보도 문제
최진실의 자살 소식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기에 이를 취재하고자 하는 미디어의 열기도 굉장히 뜨거웠다. 온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다 보니 각 방송 채널들도 앞 다퉈 사건 보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나타났다.
사실 빈소의 경우 역동적으로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24시간 취재를 할 만한 거리가 많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적인 이곳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그리고 방송에 할애된 많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들이 택한 방법이 바로 조문객들과 장례식 모습 등을 ‘중계’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A씨는 비통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선배인 B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황망하게 들어와서 40여 분을 빈소에 머무르고 떠났습니다’ ‘같이 작품을 한 C씨 또한 막 빈소에 도착하여 굳은 표정으로 들어갔습니다’ ‘후배인 D씨는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면서 빈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등. 마치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빈소에 들고나는 조문객의 이름과 표정을 일일이 소개했다.
이는 장례식 후 고인의 시신이 화장장으로 운구되는 장면에서도 나타났다. ‘지금 성가대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최진영씨가 눈물을 흘리며 영정사진을 들고 나왔지만 차마 누나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진실 사단인 D씨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울고 있습니다’ 등 중계방송과 같은 보도는 장지까지도 계속되었다.
상세한 자살 장면 묘사 반복 보도
시청자 충격·방송의 선정성 극대화
이번 소식은 톱스타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어서 무엇보다도 자살 원인과 사인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보도됐다. 문제는 경찰 관계자의 중간 보고 브리핑을 너무 자세히 보도했다는 점이다
“최진실씨는 자신의 욕실 샤워꼭지에 압박붕대를 매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목에 되감는 방법으로 자살을 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반복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방송의 선정성을 극대화했다. 고인이 어떤 방법으로 자살을 했는지를 너무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하게 했다. 앞서 안재환 자살 보도의 경우에도 그 도가 지나쳤는데, 고인의 자살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자살 장소인 차 안의 화덕 등을 영상으로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유명인의 자살은 일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그리고 모방 자살을 불러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미 그들 자살 이후 계속해서 모방 자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유명인들의 죽음에 대한 보도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