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주홍글씨, 그리고 여성신문
최진실의 주홍글씨, 그리고 여성신문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8.10.10 14:42
  • 수정 2008-10-1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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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의 명예회복 다짐했던 강한 그녀…
무자비한 인터넷 재판에서 결국 ‘패소’
20년간 CF와 드라마의 여왕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최진실씨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인터넷 괴담에 고통 받다가 돌연 자살했다.

극도의 우울증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만은 결코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기에 그만큼 충격이 컸다.

학창 시절부터 친구 집을 전전할 정도로 궁핍했던 불우한 가정환경과 가난을 딛고 최고의 스타이자 알짜 자산가가 된 최씨의 성공 신화 이면엔 헝그리 정신과 또순이 기질이 숨어 있었다.

어찌 보면 화려한 연예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질기디 질긴 생존력. 그렇기에 2004년 최씨와 야구선수 조성민씨의 이혼을 둘러싼 폭력 스캔들은 피해자가 최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질리게 만든 게 사실이다.

상황이 가장 나빴던 바로 이때 최씨와 취재기자로서의 첫 인연이 이루어졌다.

그해 11월 말, 한 중견 건설사로부터 선례가 없는 30억원대 손배소를 당한 최씨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위트 홈’ 이미지를 팔아야 하는 건설사는 이혼, 그것도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전속 모델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관례상 계약 위반의 배상액에서 무려 10배를 상회하는 배상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였다. 여성신문 독자인 이모와 함께 나온 최씨는 “내 사건으로 인해 이혼녀가 ‘사회적 명예가 실추된 사람’이란 주홍글씨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밝혔었다.

그는 “이혼녀라서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쳐지나가듯 말했다. “여성 연예인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배심원이나 다름없는 국민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나쁜 일이 있어도 감추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이 안으로 곪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나다”라고.

죽기 직전 “세상 사람들에게 참 섭섭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문득 생각했다. 당시 그의 말들이 미래의 유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죽음 앞에는 모든 게 용서되는 우리 정서 덕인지 그는 죽어서야 비로소 대중에게 그 고통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어린 두 아이의 엄마”란 애달픈 모성 아이콘이 되고 있다.

2004년 당시 여성신문 보도 후 최씨 사건이 여성인권 문제로 인정받으며 여성주의 예술인들과 인권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았던 반면, 악플러뿐만 아니라 아군이라 믿었던 여성들조차도 “영악한 최진실이 여성신문과 여성단체의 순수성을 역이용하고 있을 뿐이다”는 냉소를 날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그때 왜 몰랐을까. 인간 대 인간의 폭력이든 인간 대 사회의 폭력이든 한번 멍든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수년의 회복기가 필요하고, 그가 차츰 회복돼 가고 있는 중이었다는 사실을.

“현모양처 이미지 때문에 사랑받았지만 그것이 지금 내 발목을 잡고 상처를 주고 있다. 남성의 도움 없이도 아이들을 당당히 키워내는 강한 여성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그의 다짐은 호주제 폐지로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시행되자마자 올해 5월 자녀의 성과 본을 자신의 그것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구체화됐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최진실이 여성들을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굳이 최진실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성들의 삶엔 남성보다 훨씬 많은 ‘주홍글씨’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으며, 최진실처럼 영광과 상처, 부활을 거듭하는 강인한 여성일지라도 그 주홍글씨로부터 해방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비관적 깨달음.

그러나 상황이 비극적일수록 그 주홍글씨를 떼어내는 일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이라는 벅차오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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