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엄마 휴가는 적극적 협상의 산물
일하는 여성들 가족 갈등 해결에도 특효약

얼마 전 종영된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극중 주인공인 엄마가 ‘휴가’를 받아 전 국민적인 화제가 되었다.

엄마 ‘김한자’는 40년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시어른들을 모셨고, 세 자식을 키우며 살아온 가정주부다. 그는 오래도록 꿈꾸고 바라던 독립된 생활을 해보기 위해 1년간의 안식년 휴가를 얻어낸다. 이러한 엄마의 휴가는 가족의 자발적인 선물이 아니라 엄마의 적극적인 ‘협상’의 산물이었다.

엄마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시아버지에게 1년만 쉬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1년에 닷새씩만 계산해도 40년이면 적어도 200일의 휴가는 받는 게 마땅하지 않으냐는 논리를 주장한다. 남편과 자식들은 이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모두 반대하지만, 결국 시아버지는 결단을 내리고 며느리의 요구사항을 수락한다.

그동안 온 가족이 며느리의 ‘등골을 빼먹었다’고 인정하고, 며느리가 평생 한이 되지 않게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만일 모든 가족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었다면 어땠을까? 엄마의 ‘뿔’이 거둬들여졌을까? 엄마는 아마도 가출을 감행하거나 이혼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미워서나 가족이 싫어서 휴가를 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휴가의 의미로 자유와 휴식 외에 ‘자존감’을 얘기했다. 내가 나를 위로하고 상주는 것이라고. 그 정도 휴가를 받을 자격이 나에게는 있다고.

만일 엄마가 휴가를 얻지 못했더라면 엄마는 남은 인생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원망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생활에 대한 그리움으로 끝없는 한숨을 쉬면서 보냈을 것이다.

가족에게 정식으로 불만을 얘기하고 협상안을 제시한 드라마 속의 엄마와는 달리, 현실에서의 여성들은 협상을 꺼리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미국의 린다 배브콕(Linda Babcock) 교수는 같은 MBA 프로그램을 졸업한 남녀의 임금 격차 대부분이 남자들은 연봉 협상을 하는 데 비해 여자들은 협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여자들은 협상을 시도하는 대신에 연봉 제안을 거절하든가 수락하든가 하는 양자택일의 행동을 취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여성들은 노동의 정당한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게다가 회사 측은 당당하게 협상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의 가치를 낮게 보기 때문에 여성들의 불이익은 누적되어 남녀 간 생애소득의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가정과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직장 여성들의 경우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사와 자녀 양육, 집안의 명절 및 경조사 문제에 있어서도 배우자나 가족과 끊임없이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협상을 서로 대립하는 사람들 사이의 다툼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력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협상을 통해 모든 가족 구성원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정말 뿔이 났을 때에는 무조건 참기만 하거나 일시에 터뜨릴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적극적인 협상을 시도하는 게 나와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서 좋은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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