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동네 작은 이발관에는…
울 동네 작은 이발관에는…
  • 박효신 / 여성신문 편집위원,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 승인 2008.10.10 11:42
  • 수정 2008-10-1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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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동네 신작로 태양이발관, 바로 옆에 작은 슈퍼마켓도 함께 운영한다. 이발소는 아저씨가, 슈퍼는 아줌마 관할이다. 시골 동네 이발소가 바쁠리 없으니 덩치 큰 아저씨는 항상 여유만만. 반면 아줌마는 이발소 손님 면도 담당이기도 한 관계로, 면도 하다 슈퍼 문에 달린 종이 딸랑딸랑 울리면 달려가 물건도 파느라 왔다갔다 바쁘다.

그런데 내가 이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 좋은 아줌마 아저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내 발을 멈추게 하는 화분들 때문이다. 이발관 주변에는 언제나 깔끔하고 싱싱한 초록들이 빙 둘러쳐져 있다.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발소 안에도 갖은 모양의 나무둥치 다듬어 진열해 놓고 이런저런 식물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우체국 갔다 오는 길 이발관 앞에서 발이 묶였다.

“이쪽저쪽 가게 돌보면서 이 많은 화분들까지 관리하는 거 보면 참 대단해.”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말을 건네니 아줌마는 뜻밖의 답을 한다.

“저거 다 아저씨가 하는 거여.”

“잉? 정말?”

믿기지 않는 것이 이발소 진해씨는 도대체 꽃과는 거리가 멀게 생겼단 말이다. 그때 빙글빙글 웃으며 나타나는 진해씨.

“아니, 이걸 다 아저씨가 관리한다구?”

“맞어유. 내가 다 허능겨.”

“믿을 수가 없어.”

“이리 와 봐유. 내가 어떤 놈인지 한 번 보여드릴게유.”

진해씨는 이발소 옥상으로 나를 안내한다. 옥상 계단을 오르니 저 위에 소나무 분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옥상에 화초를 키우는 모양이네.”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옥상에 오른 나는 깜짝 놀랐다. 대체 이게 웬일인가? 수십 개의 분재가 옥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워뗘? 볼 만 혀?”

“원 세상에나, 이게 웬일이래.”

나는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진해씨는 만면에 자랑스런 미소를 띠고 나에게 분재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나간다.

“아니 이걸 다 자기가 만들었단 말이야? 놀라워라.”

“이것들만 만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러유.”

“대단하네. 가운데 서 봐. 기념사진 한 방 찍어 줄게.”

카메라 들이대니 진해씨는 초등학교 1학년 차려 자세로 화분 사이에 선다. 마치 예쁜 짓 하고 칭찬받는 어린아이처럼 얼굴에는 천진스런 웃음 가득 채우고….

“여기만 있으면 난 그냥 행복한 거여.”

밤이면 옥상에 올라와 분재 옆에 자리 깔고 누워 몇 시간이고 하늘을 본다는 이발소 진해씨. 그렇게 오랫동안 보아왔으면서도 이 남자가 옥상에서 이런 걸 다듬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동네 사람들이 날 보고 웃긴다능겨. 미친 놈이라능겨.”

누님 누님 하며 살갑게 하는 덩치 큰 진해씨. 울 아버지 살아계실 때 거동 불편하신 아버지 부축하여 이발소 들어서면 항상 그랬다.

“나오시기 힘든데 전화만 하세유. 제가 언제든지 집으로 가서 깎아드릴게유.”

우리 집 찾아온 손님 이발소 앞에서 풀각시 집 물으면 앞장서 대문 앞까지 안내해주는 진해씨. 며칠 전 이발소 앞 분홍 샤프란을 한참 들여다보며 “참 예쁘다” 하니 망설임 없이 쑥 뽑아주던 진해씨.

울 동네 작은 이발소에는 생긴 건 조폭, 마음은 훈남인 진해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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