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일하고 싶지만 자녀 위해 그만둘 수도”
20대 초 ‘자아성취’…나이 들면 ‘일과 가정’ 최우선
가족의 이해와 지원 절실 …“출산 이후 일하고 싶어”
미혼일 때는 ‘결혼하면 시댁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아이도 낳아 길러야 할 텐데 계속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출산 후에는 ‘아무리 일이 좋아도 내 아이는 내 손으로 키워야 좋은 엄마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이 곤혹스러운 순간을 2030 여성 1000명에게 물었다. 직장생활을 못 하게 되더라도 결혼을 선택할 것인지, 직장생활과 가사·육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고를 것인지 궁금했다.
당연히 일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많은 여성이 가정 내에서 가장 괴로운 일로 ‘가사·양육의 전담’(29.9%)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선택의 순간에는 결혼(72.7%)과 가정(70.3%)에 몰린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직장을 선택하겠다는 답변과의 간격이 좁아지기만 했을 뿐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반면 아이를 낳은 뒤에도 일을 계속하겠다는 여성은 70.1%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2030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할 만큼 결혼과 가정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일단 아이를 낳은 뒤에는 다시 일하길 원하는 속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응답자의 68.1%가 “사정이 허락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의 이런 선택에 대해 “직업의식이 없다”고 비판한다. 과거 결혼과 동시에 여성에게만 권고사직을 하거나 출산 전후 승진에서 불이익을 주던 관행은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방 그만둘 텐데 승진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지만, 결혼한 여성은 아이들 걱정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하의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2030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46.1%)을 최고의 성공으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와 남편이 가사·양육의 부담을 동등하게 나눠 가지면 결혼이나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좋은 직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직장(23.7%)이다.
물론 연령대별로 성공에 대한 인식 차는 존재한다.
20대 초반 여성들은 자아성취감(40.1%)을 성공 기준으로 삼는다. 사회적 인정(16.2%)과 높은 경제소득(13.6%)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자신의 굳은 의지(35.3%)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직장의 기준도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이 없는 직장(23.4%)이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 현실적 고민이 시작되는 20대 후반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일을 통한 자기만족보다는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으로 점차 관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결혼한 여성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굳은 의지보다 가족의 이해와 지원(44.9%)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여성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남자친구나 남편을 ‘이해심이 많은 사람’(47.6%)이라고 답했을까.
2030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