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현실주의 동시 체화한 ‘복합 세대’
알파걸 거친 여성들 “역할모델 있다” 77.6%

한국 사회에서 2030 여성들은 무엇보다도 ‘알파걸’ ‘된장녀’ ‘골드미스’ 등 다양한 신조어의 주인공으로 동일시된다. 변화와 새로움의 표상인 만큼 역으로 반격과 힐난도 빗발쳤던, 21세기판 신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2030 여성들을 마냥 ‘잘나가는’ 집단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다.

1969년부터 1988년 사이에 출생한 이 여성들은 경제 호황을 누린 1980년대에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냈지만, 아동기·청소년기에 품었던 꿈이 채 영글기도 전에 IMF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음으로써 나름 상실과 고통을 체험한 세대다.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가 갖지 못했던 새로운 잠재력과 더불어, 고성장 신화가 꺾인 양극화된 사회에서 체득한 현실주의적 감각을 동시에 품고 있는 매우 복합적인 세대인 것이다.

아쉽게도 본 조사에는 2030 여성들만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집단과 비교분석은 할 수 없지만, 2030 여성들이 어떤 점에서 동질적이고 또 어디에서 이들 내부의 차이가 불거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정치적인 성향에서 2030 여성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유사성을 드러냈다. 자기 자신을 중도(37.1%), 진보(24.9%)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보수(9.7%)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성에 대한 의식, 일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에 있어서는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 주목할 만한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절반 정도(49.1%)가 자신이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고 생각한 반면, 30대 후반 여성 중에는 이런 응답이 18.4%에 불과했다.

다만 결혼 전 동거에 대해서는 대체로 허용적(‘상황에 따라 동거할 수 있다’ 65.9%)이었으며 연령별 차가 거의 없었다.

일과 가족의 양립에 대해 특히 20대 초반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일 중심적 사고방식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여성에게 출산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응답은 65.8%로 매우 높았는데, 20대 초반 여성들은 무려 75.8%가 출산을 선택으로 여기고 있었다.

단순한 ‘다산 장려’ 정책은 이미 시대착오적 패러다임이며, 일과 개인적 성취를 중시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 항목이었다.

2030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일과 성공은 핵심 요소다. 물론 성공의 기준에도 연령별 차이가 나타난다.

‘일과 가정의 조화’를 가장 많이 지목한 30대 여성과는 달리 20대 초반 여성들은 자아성취감(36.9%)을 가장 중시하며, 특히 ‘높은 사회적 인정’(14.3%)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로는 교육계와 더불어 30대는 사회복지 분야를 선호한 반면 20대 여성들은 문화예술계를 더 주목했다.

여성운동의 필요성에는 75.7%가 동의했으며, 특히 자신이 ‘알파걸’이었다는 응답자일수록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알파걸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겠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자신에게 ‘여성 역할모델이 있다’(77.6%)는 응답이 높은 점이 두드러졌다.

자신이 지향하는 역할모델을 따라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신세대 여성들, 이들이 여성정책과 여성운동에 지속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기성세대들의 새로운 성찰과 심기일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고에서 다룬 ‘20대 초반 여성’ 통계는 만 20∼24세임을 밝힙니다. 본지 기사는 만 20∼23세로, 통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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