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란 도전에서 비롯되는 것"
감독·배우 등 창의적 인재 배출 선봉

 

러시아 사회가 혼란에 싸여 있던 지난 1991년. 이 같은 혼돈의 시대에 알라 스테파노바(68)는 모스크바 국제영화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영화에 예술을 접목한 혁신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온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 청소년 창의성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달 24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만났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이념입니다. 교사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야 창의적 교육이 가능합니다.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배울 의지만 있다면 우리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알라 스테파노바가 설립한 모스크바 국제영화학교는 러시아의 유명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저널리스트, 배우 등 창의적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소문난 학교다. 학교 설립 당시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스테파노바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소련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교육기관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한 혼란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교사로 임명하는 기발한 방식으로 모스크바 국제영화학교를 세웠다.

“당시 소련의 교육체계는 관료주의의 전형이라 할 만큼 획일적이었습니다.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러시아연방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아동영화 감독과 청소년 창의 영화 스튜디오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17년간 20세가 채 안 되는 교사들과 함께 영화를 통해 혁신적인 발상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또 해마다 교육 내용을 바꿔가며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의 한 일간지에서 선정한 가장 각광받는 젊은 배우 10인 중 8명이 모스크바영화학교 출신”이라고 들려줬다.

“극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실행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모스크바국제학교가 창작예술인의 등용문이 된 비결인 셈이다.

그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했던 딸에게 적당한 교육법을 찾다 예술을 통한 교육법을 고안해냈다고 회고했다.

“매사에 소극적이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딸에게 연극을 시켰더니 적극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변했습니다. 영화나 연극은 세상에 마음을 열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영화가 총체로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매개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리학, 생물학, 수학 등의 단일 과목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세계를 조각조각 인식하게 해 분절된 의식을 갖게 하는 낡은 교육법입니다. 비디오 세대들에게는 영화를 통해 총체로서의 세계를 체험토록 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영화를 비롯한 예술교육은 경쟁자 없이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며 자아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알라 스테파노바는 21세기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사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영역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기는 쉽지만 도전을 통해 새로운 자기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창의적인 과정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가르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 창작의 과정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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