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경제 재도약과 외교력 제고에 기여
남북대화 열려야 경제협력·동북아 평화도 가능

공든 탑이 무너지랴. 그러나 속담과 달리 현실에서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종종 있지 않던가.

2007년 10·4선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2008년 1주년을 앞두고 휴지통에 처박히기 일보 직전이다.

사실 ‘실용’을 앞세운 현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10·4선언은 살려져야 하고, 나아가 남북관계가 일보 전진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10·4선언에는 그간 남측이 주장해온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경제 협력에 주안점을 맞추고 있어 현 정부가 기대하는 실용의 논리와도 상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주기’ 논란을 안고 있는 남북관계 저변에는 실용성이 깔려 있다.

예컨대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를 2001년 8월 조기 졸업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요인에는 1998년 미국의 페리 프로세스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 작동했다.

즉 6·15선언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켜 유동하는 세계 자금을 한반도로 유입되게 하는 배경으로 작동했고, 한국의 경제 재도약과 국제사회에 한국의 외교력을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남한 주도의 새로운 남북질서를 주장한 결과 6·15와 10·4선언 모두를 부정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남북 대화마저 단절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구체적인 부분에서 상호주의와 인도주의 원칙이 동시에 작동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사업이 잘 수행될 때 남북 간 상호주의 원칙이 작동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남북관계가 좋고 인도주의 사업이 잘 될 때 남북 경협도 잘 되고 개성에 진출한 남측 중소기업의 사업도 활개를 치게 된다는 점에서 인도주의와 상호주의는 큰 틀에서는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2008년 들어 지난 7월까지 집행된 남북협력기금 중 경상사업비를 보면, 예년 동기 대비 41%에 불과하다. 그 중 2008년 7월 말까지 인도적 지원 사업비는 예년 동기 대비 2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남북 관계에서 낙관적 전망은 불투명하고 6자회담도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10·4선언과 6자회담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당국 간 대화가 막혀 있는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해 이번 10월에 많은 대북지원 단체들이 방북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주도하는 무력갈등예방국제연대(GPPAC) 동북아 네트워크도 2005년부터 동북아 평화 정착 문제 해결에 6자회담 당사국들이 전력을 기울이도록 주장했다. 또한 지난 9월 초 6자회담 당사국 중 한국을 포함해 5개 지역 여성들이 ‘2008,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개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분쟁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는 한반도의 운명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민 누구에게도 행복과 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한다. 10·4선언 이행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있어서 유일한 충분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필수조건임에는 틀림없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남북 정부 당국은 10·4선언 이행과 남북 대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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