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여성친화’가 오히려 ‘독’
무늬만 ‘여성친화’가 오히려 ‘독’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9.26 11:55
  • 수정 2008-09-2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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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이하 여행 프로젝트)는 지자체 여성정책의 모범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여성정책이라고 일컬어지는 보육·가족 지원 수준에서 탈피, 일자리와 교통·주택·문화 등 서울시 도시정책의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오는 2010년까지 총 5128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여행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0차 세계여성학대회에 소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예산분석네트워크가 올해 서울시 여행 프로젝트 예산(280억원)을 분석한 결과, 예산의 대부분이 저상버스 도입(259억원)이나 엘리베이터 증설(52억원) 등 ‘눈에 보이는’ 사업에 집중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필요한 가정폭력 피해자 무료진료 지원(400만원, 2010년까지 총 700만원)이나 모자가정 차량등록세 감면 비율(50%, 비예산) 등은 턱없이 모자랐다.

여행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통계로 보는 서울여성마당 구축’(비예산)이나 ‘성인지적 관점의 복지서비스 가이드라인 개발과 보급’(3000만원) 등의 사업은 예산이 아예 없거나 일부에 불과했다.

여행 프로젝트 예산분석을 담당한 여성민우회 서울시 의정감시단 ‘부엉이’는 지난 17일 열린 제5차 성인지 예산포럼(GB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감시단은 “여행 프로젝트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의미 있는 정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새로운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에는 예산 규모가 너무 작고 그나마도 시설 개선에 집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대적인 사업 변경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서울시가 도시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여성의 관점과 경험’이 ‘아이를 키우거나 살림만 하는 주부로서의 여성’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편의시설은 여성 화장실, 어린이방, 수유시설 정도에 그친 가운데 문화강좌나 공연 등도 낮 시간대에 집중됐다.

‘민방위훈련장 활용 여성 생활안전교실 운영’ 사업은 ‘남성의 사회활동으로 가정을 지키고 있는 여성’만을 모집 대상으로 했다.

감시단은 “자녀가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이나 제도도 조사 연구해 서울 여성 모두의 관점과 경험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사 결과 여행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서울시 여성행복도시팀 소속 공무원 5명 모두 서울여성가족재단에서 실시하는 성인지 예산과정이나 성인지 통계과정 등 각종 성인지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며 “여행 프로젝트가 단순히 ‘여성친화적’이라는 단어만 붙인 것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성평등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 교육부터 제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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