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됐던 ‘서민 아줌마’ 힘 키워야
‘약속’ 지켜지도록 능동적 개입 필요

9월 19일 한 조간신문 1면에는 ‘사교육·재테크에서 쇼핑·육아까지 아줌마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과거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여유 있는 집 여성들만의 모임인데 반해, ‘아줌마 네트워크’는 ‘서민층’ 엄마들도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주택공급정책과 관련, 서민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한 무주택자를 임기 중에 없애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다. 이 두 기사는 ‘서민’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상호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 두 기사에서 ‘서민’이라는 단어와 ‘아줌마’라는 단어를 연관시켜 생각해 보자. ‘서민 아줌마’들 사이에도 ‘세상을 바꾸는 아줌마 네트워크’에 낄 수 있는 아줌마와 그러지 못하는 아줌마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집단이 위의 기사들에 대해 갖는 관심과 반응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보를 얻고, 경험을 나누며, 함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모색할 가능성의 공간인 ‘네트워크’에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여성들은 위의 첫째 기사를 관심 있게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여유도 능력도 없는 여성들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정이나 일터, 시장에서 스스럼없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여성들이다.

대통령이 ‘임기 중에 무주택자를 없애겠다’고 했다는 헤드라인은 ‘대통령의 약속’이 되고, 그들은 그 기사에 소박하게 기뻐하고 희망을 품는다.

그 보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청와대 대변인과 한나라당 대변인 사이의 미묘한 의견 차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적 논평과 문제제기가 담고 있는 복잡한 논리들로 집 없는 불안함과 서러움이 뼈에 사무치는 아줌마들의 희망을 흔들어 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여성들 중에도 ‘무주택 서민’에 속하는 많은 여성이 있다. 그들은 ‘대통령의 약속’이 수많은 위험과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면서 그저 기뻐하고 희망에 차 있을 수만은 없지만, 막막하기만 한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약속’이 이행되게 하기 위해서 ‘아줌마’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성주의 담론 정치학에서 ‘아줌마 담론’은 ‘아줌마’라는 호칭의 여성 비하적 함의를 전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여성주체들이 만들어 내는 저항담론의 일환이다.

즉 ‘아줌마’라는 기표는 성차별적인 관행과 남성 중심적인 권력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여성주의 이념과 지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설득할 수 있는 일종의 수사(레토릭)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 사회의 핵심적인 조직 형태인 네트워크는 이러한 저항담론을 생성하고, ‘힘 갖추기(empowerment)’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통로이며 매체이다.

‘아줌마 네트워크’는 개인적 차원에서 ‘아줌마’라는 범주에 속하는 여성들끼리 정보와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기회, 역량, 자원 등을 증진하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장이다.

바로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육과 육아, 소비와 건강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적’인 조건들과 닿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인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동기를 얻게 되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아줌마 네트워크’는 개인적 차원의 변화와 사회적 차원의 변화를 더불어 지향하는 공동체로서 여성주의적 힘 갖추기의 강력한 매체가 될 수 있다.

여성들 간의 연대성과 공동행위를 위해 집단적인 힘을 결속시키는 일은 여성주의 정치학의 가장 주요한 의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안에 속한 아줌마들이 네트워크에 접속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소외되고 배제될 수밖에 없는 아줌마들과 접속하고 연대하는 것은 이들이 소박한 희망을 품고 있는 ‘대통령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가능할 것이다.

“아줌마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단순한 말의 기교로 끝나지 않고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 더 많은 ‘아줌마 네트워크’가 여성주의적 힘 갖추기의 공동체로 생성되고, 접속하고, 증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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