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이행 = 불이익’ 피해의식이 원인
군가산점 대신할 개정안 발의 많았으면

제18대 국회는 예전과 달리 상임위원회 등 정상적인 법정 활동을 시작하는 데 시간 차가 있었다.

그 공전 기간에 여당의 두 의원에 의해 군가산점 제도를 골자로 한 병역법 및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병역의무 이행자(이하 제대군인)에게 공무원 시험 등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는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을 받고 폐지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7대 국회에서 이를 부활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논란 끝에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였고,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전력이 있다.

한번 위헌판결을 받은 제도가 17대에 이어 18대에도 마치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 논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병역의무는 헌법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 중 하위 형태이므로 의무 이행을 근거로 국가에 개별적인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헌법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남녀의 문제가 개입되지 않는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자.

헌법에 따라 각종 법률로 정한 납세체계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많거나, 돈을 많이 벌었거나, 또는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돈이 없거나 못 버는 사람은 오히려 남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

국민들이 세금을 아까워하고 이를 손실이라고만 생각하면서 꼬박꼬박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국가에 요구한다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계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가산점이 공무원 시험을 보는 극히 일부의 제대군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가 제기되면 많은 남성들과 그 어머니들까지 마치 자기 일처럼 동조하는 이면에는 슬픈 공감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병역의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이탈했던 기간 자체가 제대군인에게는 무조건 불이익이라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산점제 요구를 다루는 입장도 의무복무 기간 자체를 불이익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통념이나 실제를 완화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17대 국회와 비교해 18대 국회에서 보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함께 전개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까지는 병역의무 이행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방안과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 퇴직 일시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가능한 대안으로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다.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이런 보완방안들을 담을 법률개정안들이 다양하게 발의되어 병역의무에 대한 보다 폭넓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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