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방송 논란으로 시작된 네티즌의 ‘공개재판’
제작진과 출연자, 전 부인까지 입장 표명하며 사건 확대
‘공영방송의 역할’ vs ‘사생활 침해’ 네티즌 의견 분분

 

인간극장 ‘어느날 갑자기’ 방송화면 캡처.
인간극장 ‘어느날 갑자기’ 방송화면 캡처.
최근 한 주 동안 인터넷은 온통 KBS 인간극장 ‘어느 날 갑자기’에 출연한 부부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9월 22일 월요일 ‘어느 날 갑자기’ 5부작의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출연자의 한 지인이 그들의 과거를 문제 삼아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 논란이 포털로 옮겨지면서 확대됐다. 출연자와 제작자, 그리고 출연자의 전처까지 나서 제각각 입장 표명을 하는 등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방송 다시 보기를 통해 뒤늦게 내용을 확인하고, 출연자들이 이전에 출연했던 타 방송 프로그램과 비교하며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출연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전제로 방송을 보며 ‘틀린 내용 찾기’를 즐기고 있다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현재 포털과 인간극장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일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방송은 잘 나가던 건축설계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부부가 두 번의 교통사고로 인해 가진 것을 다 잃고, 방 한 칸도 없이 네 살짜리 어린 딸을 데리고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채 빚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병원비 50만원으로 시작된 사채 빚은 현재 6000만원까지 불어나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으며, 부인은 만삭으로 곧 출산을 앞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출연자의 전 부인과의 관계, 사채 빚에 쫓기는 듯 보이지 않는 가족의 행색, 오랜 투병생활에도 건장해 보이는 남편의 체격, 하반신 마비 상태에서의 부인의 임신 등 어찌 보면 ‘별걸 다 시시콜콜’ 문제 삼아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월 부인이 임신복 모델로 지원을 했던 사이트까지 찾아내 주소를 캡처 해 올리기도 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방송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제작진은 5부까지 방송을 강행할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제작진은 “서류 확인 등을 통해 사실을 파악한 결과 출연자들의 주장은 사실이며 사채의 폐해에 초점을 맞춘 방송이므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사채의 폐해는 시사프로그램에서나 다룰 일이고 인간극장은 인간의 진솔한 삶에 초점을 맞춰야 옳다”고 날을 세웠다.

출연자인 부인은 시청자 게시판에 “사생활이 공개되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매도되어 심각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법적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글을 올리고, 남편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출연자의 전처가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다 사실”이라고 글을 올리자 네티즌들의 공방은 또 다시 거세졌다.

이 논란의 와중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이 또 사람 하나 잡겠구나”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누가 옳든 양쪽 다 상처를 입을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수많은 네티즌이 ‘사회적 정의’와 ‘공영방송의 역할’을 내세우며 댓글을 달고 있지만, 그러나 그로 인해 일반인인 개인이 받게 될 고통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인간극장’ 논란이 지금까지와 다른 점은, 논란의 중심에 선 출연자들이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이미 방송을 통해 얼굴과 신분이 모두 노출되었다. 4살짜리 어린 딸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현재 병실 밖을 나갈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설령, 출연자들이 실제로 비도덕적이거나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일반인에게 이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인터넷의, 네티즌들의 공개재판은 중세시대보다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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