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 “합법화했더니 변종 성매매 급증”
해외 전문가들 “합법화했더니 변종 성매매 급증”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9.19 15:25
  • 수정 2008-09-19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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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주, 합법 업소 93개 불법은 400개
여성복지사 장애인 성구매 동행 등 간접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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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은 전 세계에서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성 구매자를 처벌하고 정부 예산으로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하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적 평가와는 달리 지난 4년간 우리 사회에는 끊임없이 합법화 주장이 일었다.

성매매는 남성들의 본능이므로 어떤 수단을 써도 근절할 수 없다는 주장, 단속할수록 음지로 숨어들어 오히려 변종 성매매를 키우고 있으니 기존의 집결지 형태를 되살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주장, 성매매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법은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성산업을 합법화하면 정부 세금도 더 늘게 될 것이라는 주장 등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6월 법무부가 개최한 형법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성매매 합법화 주장이 공공연히 나왔다. 4년 동안 열심히 단속했는데도 ‘근절’이 불가능하니 자발적 성매매는 합법화하고, 대신 ‘관리’에 중점을 두자는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집행 의무가 있는 성시웅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은 지난 8월 공식석상에서 “성매매방지법은 취지는 옳지만 실효성에는 문제가 있는 법이다. 10명 중 7명이 지키지 않는 법을 만들고 단속하라는 것은 문제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종암경찰서장 당시 대대적으로 성매매집결지 단속을 벌여 주목을 받았던 김강자 한남대 교수도 지난 9일 라디오 방송에서 “자발적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는 범죄다. 무조건 단속만 하면 주택가까지 변종 성매매가 스며드는 부작용만 키운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 많은 나라들이 성매매 합법을 선언했다.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가 1984년 세계 최초로 성매매를 합법화했고, 올해만 해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가 성매매 합법을 결정했다. 독일과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도 성매매 합법 대열에 끼어있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에서 ‘풍선효과’는 사라졌을까.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소장 조영숙)가 성매매방지법 4주년을 기념해 지난 18일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제니스 레이먼드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와 실라 제프리 호주 멜버른대 교수, 줄리 빈델 영국 저널리스트가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합법화했더니 오히려 불법 성매매 영업이 급증했고, 여성 인권도 더 열악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제프리 교수는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는 ‘경찰 단속이 어려우니 아예 합법화해서 불법 영업을 줄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빅토리아 주에는 93개의 합법 업소와 400여 개로 추정되는 불법 업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법화 이후 불법 성매매가 급증하고 죄질도 더 심각해지자 대다수 주정부들이 국민 세금으로 사립탐정을 고용해 수사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수준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와 퀸즐랜드 주정부 등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안전수칙 책자를 제공한다. 까다로운 고객을 다루는 방법, 술 취한 고객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 등이 적혀 있다. 이를테면 성기 통증이 심각할 경우 상대가 성기 부위를 만지려 할 때 ‘나는 가슴을 만져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레이먼드 교수는 “호주 주정부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자기방어 기술을 가르치고 위기상황을 완화시키는 협상법을 실습시키는 것은 ‘인질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군인을 제외한 다른 어느 직업이 일상적인 근로 상황에서 인질 협상 기술을 필요로 하느냐”고 반문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합법화했다고 말하지만 심각한 폭력행위는 여전하며, 안전수칙 책자 등을 통해 여성이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성매매에 종사하지 않은 다른 여성들의 인권 수준도 덩달아 나빠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제프리 교수에 따르면 호주에는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등 일부 계층만을 위한 성매매 업소들이 있다.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므로 장애인 당사자가 업소 방문을 요청할 경우 사회복지사는 응해야 한다. 대부분 여성인 사회복지사들은 직·간접으로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

제프리 교수는 “호주 멜버른에서는 여성 주민들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남성 성 구매자들로부터 일상적으로 희롱을 당하고, 정원이나 현관 앞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나 길거리와 정원에 버려진 콘돔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성매매방지법 강화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레이먼드 교수는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집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스웨덴의 사례를 소개했다.

스웨덴은 1999년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입법 초기에 사법부와 경찰은 법집행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제정을 반대했다. 이들은 성매매는 불가피한 것이며 성 구매를 범죄행위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정부는 법이 발효된 후 경찰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1년 만인 2003년 성 구매자 검거율이 300% 이상 증가했다. 법을 집행하기 어렵다던 경찰 내부의 비판도 사라졌다.

레이먼드 교수는 “경찰은 남성 중심 조직이기 때문에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고 업주와의 밀착 가능성도 높다”며 “집행력을 높이려면 경찰과 검찰에 집중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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