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명절증후군’vs결혼이주 여성 ‘한국문화 배우기’
명절문화 가부장적 성격 답습한 가족문화로 연결 경계해야

명절 때면 빠지지 않는 여성들의 명절나기에 관한 두 가지 기사가 있다. 하나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명절나기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여성들의 명절나기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혼이주 여성의 명절나기에 대한 기사들은 대개 각종 지자체나 이주여성 지원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이주여성들이 한복 입는 법, 절하는 법, 차례 모시는 법 등 ‘한국문화’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는 모녀 결연하기를 통해 만난 한국인 친정어머니에게서 송편 만드는 법을 배우는 ‘훈훈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주 초기에 한국의 예법을 몰라 낭패를 본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야기도 약방의 감초 격으로 빠지지 않는다.

한국 여성의 명절나기는 명절증후군이나 명절 스트레스라는 제목으로 보도된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상차림을 위한 여성들의 과도한 노동, 시집 위주의 명절 쇠기, 식구들 사이에 쌓여온 불만과 갈등의 폭발 등에 의해 생긴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후 친족 간의 의절이나 부부의 이혼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두 종류의 기사는 변화의 와중에 있는 한국 가족의 구성원인 ‘결혼이주 여성’을 일반 ‘한국’ 여성과 전혀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되고 이중적인 인식을 잘 보여준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사회와 가족은 급격한 산업화와 세계화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가족문화 또한 변화하고 있다. 여성들의 성평등 의식 및 자아실현의 욕구가 늘면서 가부장적 가족질서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재편되어 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갈등하고 협상하면서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국의 가족구조와 가족문화의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결혼이주 여성이 있다. 결혼이주 여성이 가족과 맺는 관계는 이주의 과정, 한국사회의 법적·사회적 제약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결혼 후 이들이 겪는 가족문제는 다른 ‘한국’ 여성들과 유사하다. 결혼 후 부모와 동거할 것인가? 동거할 경우 생활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부모와 따로 사는 형제들은 부모님을 모시는 데 드는 수고와 비용을 어떤 형태로 분담할 것인가? 부모와 아내의 의견이 다를 때 남편은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부부 간의 권력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양가에 대한 의무와 도리는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가 등의 문제들이다. 

실제로 내가 만난 결혼이주 여성들은 남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왜 꼭 시부모님과 같이 살아야 해?” “왜 시부모님이 말씀하시면 다 들어야 해?” “왜 당신은 가만히 앉아서 나에게 물 가져와라. 재떨이 가져와라 해?” 등등. 이 질문들은 ‘한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제기하고, 논쟁하며, 협상해 온 문제들이다. 명절증후군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의 명절을 어떻게 맞고 있는가는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기사 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결혼이주 여성과 ‘한국’ 여성의 명절맞이 경험을 전혀 다른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특히 전자를 전통 명절문화를 모르는 것에서 나오는 문제로, 후자를 전통 명절문화가 가진 가부장적 성격에서 나오는 문제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그렇다. 명절문화는 음식, 의례와 함께 총체적 삶을 반영하는 것이다. 

결혼이주 여성의 명절음식 만들기와 한복 입어보기가 ‘한국’ 여성들이 저항해 온 ‘전통적’ 가부장적 가족문화라는 옷 입기와 연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복을 차려입고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한국’ 여성이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결혼이주 여성이 많다는 농촌지역에서 한복을 입고 명절 준비를 하는 여성들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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