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코미디에 묻히다
일하는 여성 코미디에 묻히다
  • 신신자 /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운영위원
  • 승인 2008.09.19 11:42
  • 수정 2008-09-19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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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워킹맘’ 억지 재결합 공감 실패
친정엄마 애보기 전략… 육아해법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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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혼여성이 직업을 갖는 일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이는 직업에 대한 열정이나 의식의 성 평등화도 있지만 사회현상으로, 같이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자연스럽고도 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일을 함으로써 나누어 가져야 할 사회적 바탕이나 책임, 주변의 도움과 이해, 무엇보다 배우자가 가정에서 이해하고 습득하는 일은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서 일하는 기혼여성들, 일명 ‘워킹맘’들은 직장과 가정, 그리고 육아의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오죽하면 여자의 꿈을 방해하는 비와 바람을 ‘육아’라고 했을까. 하루가 25시간이라고 하는 말은 엄살이 아니라 지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30대 직장여성의 애환과 고민을 재미있는 코믹 터치로 그려내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워킹맘’(극본 김현희, 연출 오종록)을 주목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상황, 기대, 공감 때문이다.

초심과 달리 갈피 못 잡아

친정엄마 애보기 전락 아쉬워

그러나 ‘불량아빠 길들이기’란 부제를 단 드라마 ‘워킹맘’은 초심의 의도와 달리, 또는 시청자의 바람과 달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정신적 멘토로 이루어졌다는 재성과 은지의 위험한 관계, 은지 엄마와 가영 아버지의 재혼, 재성과 가영의 이혼, 가영의 셋째 아이 임신, 은지-가영-정원의 삼각관계, 재성의 막무가내 재결합 요구 등 일하는 엄마의 애환이나 불량 아빠의 갱생보다는 주변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어 아쉽다.





‘워킹맘’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친정엄마를 애보기로 전락시켜 안타깝다. 가영은 취업에 치명적 걸림돌인 육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죽은 친정엄마 타령만 한다. 결국 가영은 애들을 맡기기 위한 친정엄마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재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재취업하는 주부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되는 육아문제를 사회적 모색과 더불어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영은 가족에게만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인해 가족 내 분란과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만 주었다.

일하는 엄마에 대한 관심보다 ‘엄마’로서의 직분에만 초점

오직 ‘엄마’라는 직분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대사들은 ‘일하는 사람’에는 관심이 없다. 일을 하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고 아이를 데리고 회사로 와서 일을 하기도 한다. 회사 일을 하며 밤새워 시댁 잔치도 준비해야 한다.





가영의 이런 모습을 보며 모른 척하는 아이 아빠인 재성에게 따끔하게 야단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정에서는 얼마나 번다고,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애를 팽개치느냐며 질책이고 직장에서는 애 핑계로, 아줌마가 다 그렇지라며 비난이 따른다.





적어도 재결합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극 중 장치는 필요하다. 여전히 재성은 정신 차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영에게 얹혀살까 궁리 중이다. 구직을 위한 노력도, 무책임하게 살아온 날에 대한 반성도 없다. 오직 노숙을 면하기 위한 집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눈물, 콧물 흘리며 같이 살게 해 달라고 단지 매달리기만 할 뿐이다.





애 둘을 두고 이혼한 마당에 단지 셋째의 임신 사실이 재결합의 이유가 될 수 없음에도 드라마는 재결합의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재성에 대한 가영의 어정쩡한 모습이나 종만이 가영의 재결합을 이유로 가출하고 어렵게 한 재혼을 되돌리는 행위는 딸의 도덕적 결합을 원하는 이치와도 어긋날 뿐더러 개연성도 떨어진다. 오히려 세 아이를 데리고 살아가는 딸 가영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워킹맘의 멘토가 남자동료?

진정성 퇴색되고 코미디화

 

‘워킹맘’에서 가영을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직장 동료이자 남편인 재성도, 회사 내 여성 동료들도, 시어머니나 친정아버지도 아니다. 여성학을 공부하는 시누이조차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인다.





가영의 능력을 아깝게 여긴 장 부장이 재취업을 권유하고 처음엔 ‘아줌마’라는 선입견에 달갑게 여기지 않던 정원도 가영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녀의 회사생활을 돕는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네 와이프가 난 눈물이 난다.”(장 부장)

“여자의 꿈은 남자의 꿈보다 훨씬 더 단단해야만 비와 바람에 꺾이지 않고 승리할 수 있다고 해요. 이왕 다시 시작한 거 최가영씨 꼭 승리하세요!”(정원)

‘워킹맘’의 초심은 가영과 정원의 대화를 보면 얼추 짐작이 된다.





“왜 꼭 일을 하려고 해요?”(정원)

“남자애들하고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경쟁해서 회사에 들어왔는데 남자 동기들은 승진하고 인정받는 동안 나는 ‘동남아’(동네에 남아있는 아줌마)가 되어 있더라고요.”(가영)

그러나 극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캐릭터에 묻히고 코미디화로 인해 진정성이 퇴색되어 버렸다. ‘워킹맘’이 새삼스런 화제가 아니어도 많은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주제였고 바람직한 사회적 이슈로도 화두를 던져줄 수 있었는데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은 드라마인 것 같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그것이 가영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성공하는 삶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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