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라이프 vs 패스트 라이프
슬로 라이프 vs 패스트 라이프
  • 강희영 / 여성환경연대 시민참여팀장
  • 승인 2008.09.19 11:13
  • 수정 2008-09-1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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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으며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것은 빠른 속도의 변화와 물질만능, 효율성 제일주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4시간 쉬지 않고 속도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패스트 라이프’는 더 이상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는 지금 숨 가쁘게 내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안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넘지만 평균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중하위권에 속한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업무과중, 해고위협, 공동체의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경쟁사회는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도 급격하게 위협한다. 초식동물인 소를 ‘빨리’ 키우기 위해 동물의 내장을 먹여 발생한 광우병도 효율과 이윤을 강조한 패스트 라이프의 폐해다. 

속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라는 속도 강박은 이제 도를 넘어섰다. 무한경쟁 속도를 제어할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돌아보는 여유와 성찰이 필요하다. 내면의 가치에 집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느림과 삶의 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배터리가 방전된 휴대전화처럼 소진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여행이나 외딴 곳에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만끽했을 것이다. 행복과 여유를 보장해 줄 것이라 믿었던 경제적 부와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외면했다. 많이 벌어도 늘 부족하고 늘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산다. 자전거, 와인, 명상, 요가, 유기농, 캔들, 도심공원 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속도와 경쟁이 아닌 느림과 인간답게 살고 싶은 갈망의 표현인 것이다.

슬로 라이프, 즉 느리게 살기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일상에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이 모든 것에 느리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에는 거기에 맞는 속도가 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중간속도로. 슬로 라이프는 느리게 해야 할 것을 느리게 하자는 것이다. 식사, 요리, 사랑, 교육, 운동, 농사 등. 식물이 열매 맺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화학비료를 동원해 농사를 지으려는 것, 빨리 많은 양을 얻으려고 자연의 습성을 무시하고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일 등 경제의 속도에 따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밀려난 자연의 속도를 되찾자는 것이 그 요지다. 삶은 원래 느린 것이다. 느리게 먹고, 느리게 걷고, 느리게 사랑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인간의 욕심과 속도경쟁으로 자연의 시간과 공간이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덧셈과 곱셈 대신 뺄셈과 나눗셈의 여유와 나눔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식사할 때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함께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고, 충분히 사람들과 교류해 보는 건 어떨까? 속도를 버리면 사람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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