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
영혼을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
  • 조하나 / 공연 진행자, 무용가, 탤런트
  • 승인 2008.09.12 09:55
  • 수정 2008-09-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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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기본은 ‘소통’ 음악은 함께 공존하는 것
45세 국악 입문 “딱 3년만 하려다 오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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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 한국의 혼을 담은 노래, 자신의 인생과 삶을 노래하는 대한민국 소리꾼 장사익을 따르는 수많은 말들이다.

충북 광천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장구 소리와 태평소를 들으며 자랐고 그 소리를 성인이 된 뒤에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품고 있던 그 음악을 직접 해 보고자 고등학교 졸업 후 국악과 대중가요를 배웠으며, 군 제대 후 여러 곳에서 보낸 25년간의 힘든 회사생활을 끝맺고 45세의 늦은 나이에 과감히 악기를 선택했고, 노래를 선택했다.

자연을 즐기며 산다는 그는 모든 것을 자연에 바탕을 두고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길 원하는 천생 예술인이다.

‘하늘 가는 길’ ‘기침’ ‘허허바다’ ‘꿈꾸는 세상’ ‘사람이 그리워서’ 등 지금까지 5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6집 ‘꽃구경’ 발표를 앞두고 있는 장사익. 최근 일본 고베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창밖에 보이는 산과 나무 등 자연을 보면서 잠자고 노는 게 일이다”라고 말하는 우리 시대 소리꾼 장사익을 만나보았다.

-마흔 넘은 나이에 태평소로 입문을 했고 소리를 시작, ‘대한민국 소리꾼’이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할 때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25년 동안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는데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딱 3년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1993년부터 태평소를 불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사물놀이판에 뛰어들었고, 뒤풀이 장소에서 노래를 부르곤 하다 노래로 세상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왔네요.”

-독특한 창법을 가지고 있는데.

“난 내 소리를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아요. 단 다른 것이 있다면 연습 때 소리를 지르는 부분에서는 다른 이들보다 더 질렀고 감정 내는 곳에서는 더욱 더 감정을 내면서 했던 것뿐이죠. 그게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내 색깔의 소리로 나오더군요. 충청도 광천,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장구 치시는 걸 좋아하셔서 항상 그 소리를 듣고 자랐고, 또 동네 아저씨 한 분이 태평소를 잘 부셨는데 어릴 때 그 소리가  좋아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죠. 후에 서울에 올라와서는 힘들거나 외로울 때 그 소리가 새록새록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소리를 배웠어요. 항상 음악적인 것에 끈을 놓지 않았어요. 이런 것들이 벽돌을 쌓듯이 쌓인 것 같아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흥미로운 점은 나라마다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거예요. 미국인들은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죠. 내가 뜨겁게 노래를 부르면 뜨끈하게, 빨간색을 노래하면 붉으스름하게 받아들여요. 일본인의 경우는 내가 슬픈 노래를 하면 ‘저 사람이 왜 슬픈 노래를 하지?’라는 의문을 갖고 노래 부른 이를 이해하려고 해요. ‘욘사마 열풍’도 그래요. 자막이나 더빙으로 배용준 영화나 드라마 내용을 알면서도 그것으로는 성에 안 차 한국어를 배워버리는 거죠. 그렇게 배용준이란 배우를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거예요. 러시아 사람들은 예술적 자부심이 대단한 민족이에요. 허름한 극장의 삐거덕대는 나무의자에 수백 명의 관객들이 정장차림으로 감상하러 오죠. 각각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은 소통이다’라는 점은 공통적이에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대중가요로 음악을 접하는 까닭에 같은 템포의 변화 없는 멜로디에 익숙해져 있어요. 하지만 내 노래는 거의 무겁고 슬픈 곡조의 노래라서 예전의 공연 때는 관객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게 보였죠. 이제는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게 느껴져요. 태생적으로 한과 흥을 가진 민족이라 자연의 호흡으로 내 노래를 느끼는 것 같아요. 슬프면 같이 울고 기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박수치고 소리 지르며 발산하는 한국 관객이 최고입니다.”

-해외에서의 성공 비결은.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적인 독특한 색을 보여줘야 해요. 내 노래의 전체적인 느낌은 진득한 된장 분위기에서 고추장 같은 악센트를 주는 것이죠. 외국의 음악들은 공통적으로 스케일은 아주 크지만 이러한 악센트가 없어요. 그래서 내 노래의 독특한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시를 가사로 삼아 작곡을 직접 하시는데 가사 선택의 기준은.

“내 노래의 가사는 100% 시예요. 내 삶이 녹아나거나 경험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시를 만나면 그것이 나의 노래가 됩니다. 보통 사람들의 하늘의 색은 푸른색이지만, 나는 어렸을 때 서해 쪽에서 살았기 때문에 내 이미지의 하늘은 붉은색이에요. 그래서 붉은 하늘을 표현한 시가 있다면 그것이 내 얘기, 노래가 되는 거예요.”

-‘퓨전 명창’이라는 닉네임도 있는데.

“내 노래 장르를 규정지을 수 없는 것처럼 다양한 팀과 작업해왔습니다. 피아노, 기타, 트럼펫 연주자, 재즈나 아카펠라, 클래식, 국악팀 등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이들과 공연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국악에서 차용하고, 재즈에서 차용하고 새로운 형식들을 결합시켰고 이 작업들이 ‘퓨전’이란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것과 결합한 공연을 볼 수 있을지.

“지금 나는 모르죠! 물론 좋은 사람과 만나야겠죠.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길을 지나다 들리는 자동차 소음소리와 작업할 수도 있고, 바람소리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바람과 할 수도 있고. 그런 신비한 시간이 올 때를 기다리는 거예요. 이런 만남은 의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시간이 언제 올지 나도 모르는 거예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는지.

“부모들 입장에서 안 예쁜 자식이 없는 것처럼 내가 만든 모든 노래에 애착을 갖고 있어요. 특히 두 번째 앨범 타이틀 곡인 ‘기침’이란 곡이 있는데 기침을 사람의 한숨의 소리로 생각하고 삶의 아픔을 대비시켜 만든 노래죠. 이 노래를 만들고 동시에 아버지가 기침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폐암이었죠. 돼지가 새끼를 낳았을 때 첫 번째로 나오는 가장 못생긴 새끼를 ‘무녀리’라고 한다는데 ‘기침’이 나에게 있어 무녀리 같은 노래예요. 무녀리가 대부분 살지 못하고 죽듯이 ‘기침’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죠. 아버지 생각과 함께 가슴이 아픈 곡이에요.”

-요즘 젊은이들이 상업적인 노래에 열광하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 보면 클래식은 전혀 없이 신나는 메들리만 있는 반면 서울의 큰 음반매장에는 이런 메들리 음반은 없죠. 왜 이렇게 상반된 모습일까요. 우리 노래도 마찬가지예요. 조수미가 있고 조용필이 있고 댄스 가수들이 있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같이 가는 거예요. 서로 자기가 잘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성인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공존하는 거죠.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자녀들도 국악을 하고 있는데.

“둘 다 대금을 하고 있는데 내 것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내가 아마추어로 배우던 시절, 고등학생이던 아들에게 배워두면 밥벌이는 하겠다 싶어서 시켰던 거죠. 난 방향만 제시했을 뿐이죠. 아직 멀었지만 둘 다 밥벌이하는 것만도 황송하다고 생각하고 큰 욕심 부리지 않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9월에 새 음반 녹음을 해서 10월에 6집 앨범이 나와요. ‘꽃구경’이란 제목으로 옛 고려장 이야기의 시를 가사로 한 노래예요. 11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3일간 공연이 있고, 끝나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방 공연이 계획되어 있어요. 12월까지는 정신없을 것 같아요.”

-자신의 노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내 인생과 자연을 세상에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노래’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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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은



1949년 충남 광천 출생. 1980년 국악에 입문해 1993년 전주대사습놀이 ‘공주농악’ 장원, 1994년 전주대사습놀이 ‘금산농악’ 장원을 수상하며 알려졌다. 경주문화엑스포 전야제와 광주비엔날레 초청공연, 제헌절 경축음악회, 밀레니엄 제야의 밤, 제주 4·3항쟁 50주기 추모행사, 로버트 김 석방 위한 자선콘서트, 인혁당사건 희생자 추모문학제 등 다양한 곳에서 공연했다. 1995년 1집 음반 ‘하늘 가는 길’을 낸 이래 ‘기침’(1997), ‘허허바다’(2000) ‘꿈꾸는 세상’(2003), ‘사람이 그리워서’(2006)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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