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사생활 침해 보도는 이제 그만
고인 주변 실시간 보도, 40억 사채설 유포 등에
네티즌들 고발인단 모집 등 적극적 제지 나서

월요일인 지난 9월 8일 탤런트 안재환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한 주 내내 인터넷에는 애도와 추모,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사가 이어졌다. 특히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하루이틀 동안만 사건 위주로 기사를 내보낸 데 반해, 야후코리아는 4~5일째 계속 주요 기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빈소 상황과 주변의 증언 등을 내보냈다.

안재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대다수 네티즌들은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움과 충격을 표했으나, 반면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추측성 댓글과 악플이 올라와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네이버는 관련 기사에 대해 ‘이 기사는 댓글을 통한 심각한 인격권 침해 및 명예 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어 댓글 쓰기를 제한합니다’라는 공지를 달고 댓글 달기를 금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린 안재환의 부인인 개그우먼 정선희와 함께 MBC ‘기분 좋은 날’을 진행해 온 이재용 아나운서, 정선희 대신 MBC FM ‘정오의 희망곡’ DJ석에 앉은 가수 박정아, 신지 등 동료 연예인들도 “지금은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해야 할 시간”이라며 “루머와 추측으로, 남은 가족들마저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네티즌들 또한 자발적으로 사건에 대한 무리한 추측이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대해 경계하며 자제하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라디오 방송 게시판에 한 청취자는 ‘촛불시위 발언 논란으로 악플을 달았었는데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 힘내서 모든 것이 좋아지길 기도한다’는 생각을 댓글로 밝혔다.

한 블로거는 “자살 보도, 정말 이럴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시신 발견 당시의 참혹한 현장 사진 공개와 적나라한 묘사, 자살 의도 및 원인에 대한 자의적 추정, 지극히 개인적인 유서의 인용 등 그릇된 보도 태도를 거론하며 “대체 무슨 권리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이토록 까발릴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글을 써서 포털의 메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안재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9월 8일, 정선희와 가까운 동료 연예인 최진실, 이영자가 병원으로 뛰어가다 넘어지기까지 하는 동영상부터,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과 실신을 반복하는 정선희의 사진이 시간대별로 여과 없이 올라오고, 빈소를 찾은 연예인들의 침통한 표정과 눈물의 애도가 ‘별들의 ○○’ 운운하며 앞 다투어 소개됐다.

한편, 안재환의 죽음이 정선희의 촛불시위 관련 발언에 대해 악플을 달고 불매운동을 벌였던 네티즌들과 연관이 있다며 구체적인 고발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과격불법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 카페의 일부 회원들은 “안재환의 자살 원인을 제공한 이들에 대한 고발인단을 모집하겠다”며 현재 변호인단과 접촉해 고발인단 100명 모집과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됐다.

반면 안재환의 친구들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40억원 사채설’이 근거 없이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가족과 상의해 조만간 변호사를 선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사채가 발견되고 과도한 이자에 의한 협박 등의 징후가 발견되면 추가로 경찰 수사 요청도 예정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안재환의 죽음이 자살로 추정됨에 따라 인터넷에는 연예인의 자살에 따른 ‘베르테르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베르테르효과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주인공 베르테르가 연인과 헤어진 슬픔 때문에 자살한 것을 모방해, 소설 출판 당시 유럽 젊은이들이 같은 방법으로 잇따라 자살했던 사건에서 유래한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배우 이은주 자살 후 한 달간 서울시내 7개 구에서 하루 평균 자살이 2.5배나 늘어났고, 지난해 2월 정다빈의 자살 이후에는 청소년상담센터에 접수된 자살 관련 상담이 예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안재환의 사망은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연예인의 죽음이라는 이유 외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사채문제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와의 연관성 등으로 인해 다른 연예인의 경우보다 과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고인의 명예를 위해 일부 포털이 댓글 자제 조치를 취하고, 네티즌들도 한 연예인의 죽음을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거론하는 데 대한 자성의 움직임을 보이는 등 모처럼 인터넷의 한편에서나마 긍정적인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점이 매우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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