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
  • 옥선희 / 영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9.12 09:50
  • 수정 2008-09-1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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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일본식당서 피어나는 여성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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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시벨리우스와 교향시 ‘핀란디아’, 산타마을, 목조 주택, 디자인 강국.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게 생겼다. 일본의 젊은 여성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핀란드에서 찍은 영화 ‘카모메 식당’(Kamome Diner). 여행과 음식, 여성 우정 영화라고 외형 지을 수 있는 한가하고, 사소하고, 심심하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다.

헬싱키에서 촬영한 ‘카모메 식당’은 일본 중년 여성들에게 헬싱키 여행 붐을 일으켰다. 주인공 사치에가 장을 보던 소박한 항구 근처 시장 카우파토리, 알바르 알토가 디자인한 아카데미아 책방과 카페 알토, 사치에가 수영하던 이르욘카투. 심지어 카모메 식당으로 나온 핀란드 카페를 찾아가 선원들을 위한 푸짐한 감자 요리가 아닌 사치에가 만든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시나몬 롤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만든 것이다.

‘카모메 식당’은 아내 업고 달리기, 휴대전화 멀리 던지기, 에어기타 연주하기(기타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연주하기), 사우나에서 오래 견디기 등 한심하고 사소해 보이는 경기를 생각해내고 열중하는 핀란드인의 여유와 이미지에 반해 만들어진 영화다. 이런 선망을 세 일본 여성의 말과 행동에 투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나라에도 고민은 있으며, 이방인이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닐 거라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헬싱키의 작은 골목길에 오니기리(주먹밥)를 주 메뉴로 ‘ruokala lokki, かもめ食堂’(갈매기 식당)이라고 핀란드와 일어가 섞인 간판의 식당을 낸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핀란드인들은 “주인 여자가 어린애인가, 어른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볼 뿐 들어올 생각을 않는다.

첫 손님 토미는 일본 문화 팬으로 만화영화 ‘갓차맨’ 가사를 알려달라고 한다. 사치에는 카페 알토에서 만난 일본 여성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에게 ‘갓차맨’ 가사를 부탁하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미도리는 식당 일을 돕게 된다. 그리고 항공사에서 분실한 짐을 기다리고 있다는 안경 낀 일본 할머니 마사코(모타이 마사코)까지, 갈매기 식당은 세 일본 여성의 일터가 된다. 이들은 자신의 인생관과 손님의 삶을 나누면서, 오늘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외친다.

‘카모메 식당’은 음식과 여행, 일본 문화 등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지요” “핀란드엔 조용하고 친절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뿐인 줄 알았는데” “외로운 사람도 있지요” “세상 끝날 때 나도 불러줘요”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지요. 모든 게 변하니까”

이런 잠언을 통해 세 일본 여성과 핀란드인 손님들의 사연이 드러나고, 이들 관계가 옅게나마 두터워진다. 상대방과 자신의 사연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 부러 관계 변화를 꾀하지 않기에, 가까운 듯 먼 이들의 거리가 유지된다. 즉 일시에 하나가 되는 관계가 아니라, 자기만의 사연을 안고 먼 나라로 여행 왔듯이, 언제든 자신 밖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떠날 수 있는 사이. 그 점이 이 심심한 영화의 미덕이자 매력이어서, 여백과 여운을 느낀 이들로 하여금 영화 배경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아닐까.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가타기리 하이리/ 제작연도 2006년/ 상영시간 102분/ 등급 12세 관람가/ 출시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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