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만난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
작업실에서 만난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9.12 09:48
  • 수정 2008-09-1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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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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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패잔병이라고 느낄 때마다 그는 멀리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부르주아와 그의 어머니, 윤석남과 그의 어머니, 나와 친구들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어미들은 동지가 된다.”(‘윤석남의 방’ 중)

화가 윤석남의 작업실을 두 번에 걸쳐 방문했던 아나운서 김지은은 이후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 ‘철거미’를 만날 때마다 윤석남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글 중 ‘윤석남의 방’에 다음과 같은 타이틀을 붙인다. ‘세상 모든 어미의 눈물을 닦아주다’라고.

아나운서 김지은이 현재 주목받고 있는 예술가 10인의 작업실을 방문, 그들의 작업실과 작품을 샅샅이 살피고 여기에 예술가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단순한 예술가 인터뷰 모음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개된 예술가들 중에서 아는 이름이 없는 문외한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도 없다.

예술가의 방은 작품이 태어나는 산실이며 때로는 먹고 자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한 곳. 김지은 아나운서는 일반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방을 열어젖히고 그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작품이 태어나던 순간의 숨겨진 이야기,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지금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도 때로는 너무나도 안타깝다.

“요즘 제일 관심 있는 건 뭔가요?” “돈이오! 작품이 심오하면 뭐해요? 버틸 수 없으면.”(권기수)

“처음 왔을 땐 생활비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영어회화 강의랑 번역도 하고, 학교 강의해서 돈 모으고, 또 떨어지면 미국 가서 강의해서 돌아오고. 미국에 편안한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청자 때문에 돌아왔거든요. 그러니 부모님께 힘들다고 내색도 못했죠.”(데비한)

“저렇게 많은 작품들을 어디다 설치하죠?” “난 작업하는 것만 즐겁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솔직히 일단 작업했으면 그걸 누군가가 봐야 되고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작품이 끝나면 어디서 전시를 해야 되나’ 고민을 하지.”(윤석남)

 

화가 윤석남의 작업실 구조를 그린 일러스트.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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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상상하는 작품을 감당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좌절하고 예술가를 키우기보다 예술을 소비하는 데 급급한 일부 콜렉터와 미술시장에 절망한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미술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계를 걱정하며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것이 한국 미술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좌절과 절망을 토로하면서도 우리의 예술가들은 여전히 씩씩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키만 한 통나무를 자르고 깎아 나무 개를 만드는 윤석남, 만성 어깨결림과 허리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수만 개의 쌀알을 고르고 붙이는 이동재, 동양화로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변혁가 손동현 등.

인터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김지은의 글 솜씨가 한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들고 예술가의 개성을 살린 작업실을 구조도로 표현한 김수자의 일러스트가 글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작가의 아이디어가 담긴 스케치 사진들부터 작업 과정을 순서대로 찍어 배치한 사진들과 작품 사진을 풍성히 배치에 읽는 맛을 살렸다.

김지은 아나운서는 지난 1년간 뉴욕 크리스티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이 책은 서울을 떠나기 전 10명의 작가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 한 뒤 뉴욕에서 정리한 것. 이동재, 권기수, 윤석남, 김동범, 김준, 배준성, 데비한, 이영섭, 손동현, 배종헌 등 10명의 방은 한국 미술의 현재이자 미래를 보여준다.



김지은 지음/ 김수자 그림/ 서해문집/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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