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의무화’ 찬반논란 팽팽
‘성교육 의무화’ 찬반논란 팽팽
  • 강선미 / 전문기자·여성학 박사
  • 승인 2008.09.05 11:56
  • 수정 2008-09-0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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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보건법 개정 보건교사가 성교육 전담
교과부, 보건교과 개설 시행안은 부결돼

 

학교 성교육을 국민보건서비스 차원에서 정책화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일 때다. 사진은 경기도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학생들이 정자 그림의 안내를 따라 자궁방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dosage for cialis site cialis prescription do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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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민원기 기자
내년 봄학기부터 초·중·고교에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전면 도입하려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당초 계획이 최근 공청회를 거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교사들 사이에서 보건교과 개설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입장이 조율되지 않을 경우 학교 현장에서의 성교육 시행은 기존 방식대로 진행되든가, 아니면 축소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보건교육 전면 도입 배경엔 2007년 12월 14일 개정된 학교보건법이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성교육도 법규상 보건교육에 포함되어 있어 의무화된다.

교육안 발표 계속 연기

내년 성교육 청사진 불투명

교과부의 1차 안에서는 초등과정에선 필수로, 중·고 과정에선 선택으로 성교육을 시행하도록 했다. 7월 9일 교과부가 개최한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위한 교과과정 공청회’에서 나온 1차 시행안의 핵심은 ▲별도의 보건교과를 설치하고 보건교사를 배치하여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2009년부터 초등 5,6학년에서 재량활동으로 연간 34시간 교육을 실시하며 ▲중·고 각각 1개 학년에서 34시간의 보건교과를 선택과목으로 설치한다 등이다. 이렇게 되면 성교육이 의무화되더라도 영향력의 범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 안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보건교육을 선택할 것인가.

여하튼 별도의 보건교과 설치와 성교육을 포함하여 보건교육을 전담할 보건교사 배치를 기본으로 하는 교과부의 1차 시행안은 이후 잇따라 열린 초등·고등 교육과정 심의회에서 각각 부결되었다. 독립 보건교과 추진을 반대하는 가정, 체육 등 기존의 보건교육·성교육을 분담했던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교과부의 다음 대안은 불투명한 반면, 보건교과를 독립시켜 그에 성교육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종전대로 기존 교과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관련 교사들을 중심으로 공방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교과부의 수정된 교육과정안 발표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양자 간의 입장 조율이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 의견 조율이 늦어질 경우, 성교육과 성폭력예방 교육은 다시 지침에 의해 별도로 관리되는 종래의 모습으로 환원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15일 학교자율화 방침에 따라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계획 수립의 책임이 교과부 장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감에게 이양된 것도 문제다. 교육계획 수립과 예산 배정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로 넘어감에 따라 지자체장과 해당 교육감의 의지가 성교육 강화 혹은 축소를 가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성교육 지침이 살아 있다 해도 얼마나 큰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한편에선 학교 성교육 강화를 위한 제도적 여건이 오히려 약화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청소년 성교육 관련 전문가들과 여성단체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학교 성교육의 의무화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 학부모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학교장의 재량으로 초·중·고 모든 학년에 걸쳐 연간 10시간 이상 성교육 실시’를 ‘권고’하는 교과부의 지침만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성교육의 기회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교과부 지침에 의거해 성교육 시간을 편성 운영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28.8%, 중학교 48%, 고등학교 48.3%에 불과하다. 

교과부에서 지자체로  이관

지자체장 의지가 ‘질’ 좌우

이런 상황에서 학교 성교육이 드디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의무화’된다는 데 무엇이 또 문제인가?

무엇보다 성교육 시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교과부 성교육 지침에 있었던 ‘10시간 이상의 성교육 실시’와 같은 교육시간 규정이 개정 학교보건법과 그 시행령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동법의 보건교육에 관한 조항에는 ‘실시 시간과 도서 등 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교과부 장관이 정한다(학교보건법 제9조의 2)’는 내용만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10시간 규정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성교육 지침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침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유동적일 수 있고, 누구에게도 강제할 수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국민보건서비스로 인식전환 필요…경제적 투자 병행해야

현재 교과부 관련 공무원들은 “법이 있는 이상 어떠한 형태로든 ‘체계적인 보건교육’은 내년부터 실시될 것이다”라는 원칙론적 입장을 표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시’ 여부가 아니라 새로 시행될 성교육 내용이 얼마나 급격히 변화하는 10대들의 성문화와 청소년의 인권에 부합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교육의 내용과 운영을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다. 이는 체계적 성교육의 실천을 위해 정책이 보다 치밀해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 정책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경제적 투자가 절실하다.

“‘성교육의 법적 의무화’가 능사는 아니다. 학부모들이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해야만 공무원들도 움직인다.”

익명을 요구한 성교육 관련 부처 공무원의 토로는 법과 제도에 앞서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례로 청소년들에게 개방적 정보와 배려 깊은 서비스가 제공됨으로써 세계적으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다는 네덜란드의 경우, 학교에는 별도의 성교육 과정이나 표준화된 교과서가 없다. 학생들은 교과목이 무엇이든 모든 수업에서 성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있고 모든 교사들은 포괄적인 성교육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고도의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의 성교육은 학교의 담장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는 성병클리닉과 국가공중보건보험, 성보건 전담 미디어를 통한 대중 캠페인 등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질 높은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덜란드처럼 현실적 효율성이 높은 성교육 시행을 위해선 성교육을 국민보건 서비스 차원에서 생각하는 전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성폭력특별법, 아동복지법 등 기존 법률 체계와 정책 당사자들의 의지만으론 역부족이다. 성과 재생산 영역(임신, 출산, 육아, 낙태)의 인권과 행복추구권,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 바로 여성운동계뿐만 아니라 정·관계의 좀 더 심화되고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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