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분 초월한 젠더 감수성 필요
남녀 구분 초월한 젠더 감수성 필요
  • 전희진 / 여성신문 기자 [정리]
  • 승인 2008.08.29 10:39
  • 수정 2008-08-2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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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적 ‘젠더’로만 양성평등 담론 설명 못 해
생물학적 ‘섹스’와 ‘섹슈얼리티’ 통합적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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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성’을 표현하는 말로 ‘섹스’(sex)와 ‘젠더’(gender)가 있다. 섹스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성을 말한다면 젠더는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 역할을 의미한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여기서 생물학적 섹스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으며 생물학적 섹스가 사회문화적 젠더와 분리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만약 생물학적 구분이 의미가 있다면 그 구분이 의미 있는 사회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섹스가 분리되고 사회문화적 젠더를 학습하면서 우리는 남자나 여자가 된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오래 살고 있는 우리들은 사람들을 남녀로 구분하는데 익숙하다. 생식기(생물학)에 의미를 부여해 그 차이가 다르다는 의미 체계에서 살면서 우리는 남녀의 구분이 자연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올림픽 경기나 화장실에서 남녀를 나누고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생물학을 절대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며 이러한 남녀를 만드는 체계에는 도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녀의 구분이 생물학, 이 사회의 남녀의 의미체계, 성역할, 기대 등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페미니즘 관점에서는 섹스는 생물학적 성, 젠더는 사회문화적 성으로 구분해 젠더 감수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왔다. 생물학적 섹스는 그대로 두고 사회문화적 젠더만 건드리면서 여성의 권리를 논했다. 남자를 기준으로 그보다 못한 여성에 대한 이해를 젠더에 대한 이해로 받아들여 양성평등을 논했다.

그러나 양성평등은 누구를 기준으로 한 평등인가? 뿐만 아니라 인간이 남자와 여자만 있는가? 만약 남자와 여자만 있다면 그 둘만의 관계 이상을 생각할 수 없다. 그 이상은 ‘변태’이거나 ‘비정상’이 된다. 또 남자와 여자가 지금 현재 구분되는 그 만큼 그렇게 큰 절대적인 의미가 있는가?  오히려 성차이보다 더 큰 차이들이 인간을 구분하고 있지 않는가?

만약 자연적이고 생물학적 구분에 의한 남녀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보기 시작하면 수많은 차이들은 생물학에 의해 환원되면서 다양한 인간들의 관계, 정체성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젠더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여성과 남성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의 남녀라는 구분을 만들어내는 맥락들, 그 효과들을 이해할 때 다양한 변수의 경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른 인간들의 다양한 양태들이 이해되며 현재의 남녀라는 구분이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만 이해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많다. 나이, 계급, 학력, 성별, 섹슈얼리티 등은 인간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맥락에 따라 의미가 있다. 시간개념이 없는 지역에서 나이가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남녀로 인간을 구분하는 분석범주로 젠더를 이해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범주중의 하나가 ‘섹슈얼리티’(sexuality)다. 누구와 어떻게 욕망을 나눌 것이며 어떻게 관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분석적인 개념이 섹슈얼리티인데 이것은 젠더체계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며 섹슈얼리티 체계에 의해 젠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분석적으로 다르게 설명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는 섹스와 젠더가 구분되기 어렵고 젠더와 섹슈얼리티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인간을 분류하는 권력체계에 의해 다른 정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 정체성에 대해 감수성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관계를 넓힘과 동시에 내가 누구인가, 이 사회와 나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등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게 한다. 앞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 삶의 양식, 제도적인 체계, 규범, 윤리, 감정 등 복잡한 인간을 구분하는 젠더에 대한 감수성을 갖게 되면 우리 삶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젠더는 도전적인 개념이다. 권력관계를 동원하는 총체적 사회적 원리와 질서로, 계급, 나이, 민족, 학력 등 사회구성 원리의 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된다. 젠더에 민감하다는 것은 비대칭적인 권력의 작동과 관계적으로 작동되는 성의 차이에 민감하다는 것을 뜻한다. 젠더 감수성을 가짐으로써 이 사회의 권력에 대해 민감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남녀의 원래의 그 의미가 해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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