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레드카드’들 수밖에 없는 이유

‘미친 소 OUT’과 ‘2MB OUT’에 이어 최근 촛불시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슬로건은 ‘어청수 경찰청장 OUT’이라고 한다.

촛불시위 과잉진압, 중증 장애인 휠체어 파손, 동생 성매매 업소 운영 개입 의혹 등 경찰총장으로서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여성계, 불교계, 인권단체 등 여기저기서 연일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13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어청수 경찰총장 파면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하자 하루만에 11만7583명이 참여할 정도로 수많은 국민이 이미 어 청장에게 레드카드를 펼쳤다.

어 청장은 그동안 경찰통솔 능력 부족, 인권의식 부제, 시대착오적인 강경진압, 친인척 비리 등 다양한 이유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여기에 성 인권 의식의 부재가 더해지면서 옐로카드는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는 최근 여성 연행자 브래지어 탈의사건으로 더욱 거세졌다. 마포와 강남경찰서가 지난 16일 촛불시위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여성들을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한 것. 완강히 거부의사를 밝힌 여성들에게 경찰은 자해위험과 유치규정을 운운하며 브래지어를 벗도록 했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측은 ‘자살위험 때문에 끈으로 된 물건을 수거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단다. 브래지어를 끈과 같은 자살 도구로 취급하는 경찰의 성 인권 의식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여성 및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과 논평을 통해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르면 브래지어는 자살위험이 있는 물품도 아니고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연행된 사람들은 48시간 내에 구금에서 풀려나기 때문에 자살할 이유도 없다”고 항변하며 어 청장의 즉각적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들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음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경찰 지도부의 태도다. 지난 6월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폭력시위에 대해 여성단체가 문제 삼자 어 청장은 “폭력시민에 대한 정당한 진압이었다”고 발언하며 여성계가 날린 경고카드에 눈을 감았다.

한 조직의 지도자가 추구하는 자질은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답습되기 마련이다. 잇따른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부터 성 인권 의식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그가 다스리는 조직 역시 이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하는 경찰 조직에서 성 인권 의식을 타고난 지도자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고나지 않았다면 노력하는 자세라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우선 단순한 끈 종류의 자살도구와 브래지어를 구분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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