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여성 전문직 재취업 성공비결 들어보니
자존심 버리고 경력 쌓아야 ‘갈아타기’ 가능해

전업주부 김정희(40·가명)씨는 결혼 후 아이가 젖을 떼자 임상심리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대학 때 심리학을 전공해 이미 자격 요건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들은 관례적으로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대학원에 다니는 젊은 사람을 수련생으로 뽑았다. 문턱이 너무 높았다.

정희씨는 고심 끝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아줌마’라는 편견을 깨려면 대학원 학위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회활동을 하면서 임상심리사로 일하는 박사과정 선배를 알게 됐고, 이 선배를 통해 병원에서 수련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8년의 공백을 깨고 현재 3년째 임상심리사로 활동 중이다.

결혼 전 호텔에서 비서로 일했던 이수경(37·가명)씨는 전업주부 4년 만에 쇼핑몰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 이전 경력에 비하면 성에 차지 않았지만, 우선 일을 하는 게 중요했다. 시련은 생각보다 매웠다. 쇼핑몰 주문관리나 정산 등 고졸 학력으로도 할 수 있는 업무를 요구받은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종종 판매 도우미 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수경씨는 ‘경력’을 쌓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그는 “앞으로 계속 일을 하려면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말했다. 성실히 업무를 익힌 수경씨는 1년 후 전 직장보다 임금도 높고 근로조건도 괜찮은 취업포털 사이트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대졸 이상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 성공비결은 ‘대학·대학원으로의 진학’과 ‘눈높이를 낮춘 구직활동’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임금·저숙련 중심의 여성 재취업 시장에서 고소득·전문직 업종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다.

장서영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여성연구’에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 과정에 관한 질적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재취업에 성공한 4년제 대졸 이상 여성 15명을 대상으로 재취업 장애요인과 극복과정에 대해 심층면접을 수행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면접 결과 대다수 여성들이 기혼 여성이 취업 가능한 직업 분야와 진입 방법을 몰라 재취업을 포기할 뻔 했다고 토로했다”며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이 취업 가능한 직업군을 연구·개발하고, 서비스 분야의 단기 취업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특정 전문직에 진입하길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 대학 내에 특화된 강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특히 재취업 도전에 ‘특이하다’는 주변의 반응으로 ‘외로움’을 경험하던 여성들은 교육과정에서 만난 또래 여성들로부터 심리적 지지와 안정감을 받았고,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만나는 계기가 돼 취업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며 “향후 취업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경력이나 학력에 못 미치는 조건이라 하더라도 일단 눈높이를 낮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경력을 쌓아 점프하는 장기적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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