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획득 때마다 대통령 지지도 오르막
‘불도저식 리더십’으로 회귀 경계해야

베이징에서 연일 들려오는 메달 소식에 국민 모두가 신명 나 있다. 메달 획득은 국민들의 엔도르핀 생성을 높여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성공에 대한 일종의 국민적 대리만족 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강남 집값이 미세하게나마 오른 것도 올림픽의 긍정적 효과다.

올림픽의 정치적 효과는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른 것은 바로 올림픽 효과 덕택이라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효과는 부정적인 것이다.

지난 5월 초부터 계속된 촛불시위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10%대로 떨어졌다가 올림픽 축제 속에서 30%대로 반등하고 있다. 지지도 상승에 힘입어 그는 국정운영을 공격적 모드로 바꿀 태세임을 여러 경로로 밝히고 있다. 나아가 그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민과의 소통도 전방위로 할 참이다. 그의 유일한 정치적 치적의 하나인 청계천 복원 시 반대하던 청계천 상인을 수천 번 만나 설득했다는 무용담은 그가 소통을 중요시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러한 자신감이나 공세적 정책 모드는 특유의 불도저 리더십이 다시 가동하는 듯한 감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이는 ‘올림픽 주술’에 매료되어 정치적 상황을 돈키호테 식으로 판단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유한다.

초유의 시민적 저항인 촛불시위의 정치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이러한 판단을 엿보게 해준다. 즉 ‘촛불시위’를 새 정권에 대한 옛 정치세력의 저항으로 여기는 최근 발언은 그의 잘못된 정치인식과 판단을 극명히 보여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국민의 생명 주권 포기를 불러온 실패한 정책이 아니라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이 더 많이 먹도록 돕는 성공한 정책으로 인식하는 그에게 촛불시위는 ‘오버하지 말고 넘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정권적 차원에서 자행되는 촛불시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공영방송에 대한 낯 뜨거운 장악 시도, 앞으로 펼치고자 하는 ‘강공 정책 드라이브’ 등은 모두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적 판단과 의식을 투영한다.

말하자면, 그의 최근 정치적 자신감 회복은 그의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이나 정치적 의식 변화를 결여한, 그래서 토건회사 CEO출신으로서 불도저식 리더십을 스스로 되찾아가는 모습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본격 펼쳐질 신자유주의식 국정개혁은 정권 초기에 많은 우를 범했던 ‘강부자’식 혹은 ‘고소영’식 정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과의 소통도 국민의 쓴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청계천 복원 때처럼 선택적으로 포섭하고 강압적으로 유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토건회사 사장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시민사회의 가치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도 불도저식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민원 문제를 직접 나서서 무마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요컨대, 국민적 단합과 자긍심을 불러냈다는 점에서 올림픽 효과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에게 주술을 걸어 정치적 과오를 스스로 보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추진하도록 부추긴 것은 분명 부정적인 것이다.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이지만 부정적 효과는 오래 간다. 그러니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이젠 들뜬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우리의 정치의식을 회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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