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가정생활도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오락을 가미한 퀴즈 토크가 결혼한 사람들의 입담을 거치면서 가정의 희로애락에 한정되지 않고 부부의 흉허물과 자존심 문제에서 부부관계의 노골적 이야기까지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남자의 탄탄한 근육을 보면 나이와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아직도 가슴 뛰는 표현을 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과장되었다 할지라도 여자의 마음으로 비추어보면 한마음으로 통하는 일들이기에 이구동성의 이야기로 스튜디오가 달구어진다.

MBC 주말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세바퀴’. 퀴즈를 풀면서 토크를 즐기는 발상의 전환도 이채롭지만 ‘고품격 퀴즈 버라이어티’라고 그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광고하는 거창한 구호도 역발상으로 새롭다.

‘세바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은 이채롭다. 이휘재와 김구라 사이를 박미선의 재치 있는 진행이 흐름을 매끄럽게 한다.

스튜디오를 채우고 있는 패널은 주부만이 아니다. 최고참 현미를 필두로 마일리지 쌓인 15개월 새내기 주부 이경실, 아나운서라는 선입견이 무색한 오영실, 엉뚱녀 이승신, ‘여자 구라’ 이혜정, 예비 주부 안혜경, 마이너스 6개월 주부 서현진, 노처녀 송은이, 20년차 원더걸스 등도 출연한다.

이런 스타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시원시원한 모습들이 시청자에게 호감을 주는 역할에 한 몫 한다. 이들의 수다는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듯하다’는 다른 패널의 하소연을 남길 정도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퀴즈의 내용도 실생활과 밀접한 기초적인 생활 상식에서부터 두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맞히는 상식, 신구세대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인터넷 언어, 설문조사 등위를 알아맞히는 것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막간을 이용한 ‘배우자에게 문자 보내기’ 코너는 배우자의 마음과 재치를 숨김없이 읽을 수 있어 웃음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여보 사랑해’라고 배우자에게 보냈을 때, 김지선의 남편은 ‘그럼 넷째 보는 거야?’, 김구라의 부인은 ‘왜 이래?’, 박미선의 남편은 ‘너 누구니?’ 라고 보내왔다.

‘여보 왜 나랑 결혼했어?’라는 문자에 김병준 부인은 ‘당연히 잘 살려고 한 건데…요즘은 힘들다’라고, 이상우의 부인은 ‘술집에서 또 내기한 거야?’라는 답문을 받았다. ‘오늘따라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라는 문자에는 김경민의 부인이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정호근의 부인이 ‘몸이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성대현의 부인은 ‘으웩으웩’이라는 문자를 받아 늘 행복할 것 같고 잘 살 것 같은 연예인들의 생활도 우리네와 별반 다름이 없음을 보여줬다.

‘세바퀴’는 수다에 있어 남녀노소의 구별 없고 오히려 나이 듦의 수다가 거침이 없으며 리얼리티가 뛰어나 보인다. 이들은 연륜과 경험의 바탕 위에 솔직한 자기고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더 받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나이 듦이 거친 입담의 대안이 되거나 자칫 수다의 대부분이 노골적인 성적 희롱과 농담으로 빠져들 경우 나이가 성적으로 뻔뻔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으므로 성적 희롱과 솔직함을 구별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만기의 종아리 근육을 만져보면서 전원주가 ‘와우, 우와’ 감탄을 연발하면서 ‘가슴이 붕당붕당해’라고 하고, 이경실이 ‘프로 시작하고 다리 풀려보기는 처음이야’라고 하거나 이혜정이 ‘심장이 벌렁벌렁하다’면서 성적 제스처와 표현을 한 것에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또한 솔직한 토크가 배우자들을 향한 일방적 성토장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기념일을 묻는 질문에 이혜정은 ‘울화가 치민다.

살다보니 반했다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라고 했고 김구라는 ‘결혼 10년 정도 지나면 와이프는 생사 확인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서 패널들로부터 결혼제한제도를 나라에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다.

‘세바퀴’는 패널들의 인위적 캐릭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 생활, 경력 등의 자기 자체를 솔직하게 나타냄으로써 진짜 리얼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살아 있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그러나 토크의 자유로움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기 위해서는 여자의, 주부의, 인생의 선배로서 쌓은 경험과 조언을 들려주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주말 오후 타임 12세 시청 가 프로그램으로서의 적절한 조절과 수위를 잊지 말아야 더욱 고품격의 퀴즈 토크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