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정 교수의 섹슈얼리티 강좌
변혜정 교수의 섹슈얼리티 강좌
  • 여성신문
  • 승인 2008.08.14 11:30
  • 수정 2008-08-1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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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자존감 길러주는 성폭력 예방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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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휴대용 칼이나 가위를 가지고 다니다가 범인 눈을 찔러라. 그러기 위해 평소 인형을 찌르는 연습을 하라”는 성폭력 예방 강사의 강의가 문제 된 적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이 왜 문제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를 교육하지 않으면서 성폭력의 위험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일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과거의 학교 성교육도 주로 성관계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임신 가능성을 교육하는 성관계 금지교육이었다. 어떠한 맥락도 설명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남자를) 조심하라거나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성의 공포감만을 조성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성폭력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 자체를 공포로 몰아가는 듯하다. 성폭력을 피하기 위해 밤에 다니지 말거나 모르는 사람의 부탁이나 호의를 모른 척하며 (이상한 사람과의) 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주변의 시선이 있다.

또는 남성을 유혹하지 않는 여성의 ‘정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그래서 성폭력 문제에 있어 딸 가진 부모들이 아들을 둔 부모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여성에게 성폭력이 더욱 민감한 것은 단순히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별 권력 때문이다.

즉 여성들에게 성폭력이 더 걱정인 것은 성폭력 피해의 위험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차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현상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폭력을 문제화하는 중심에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자리하고 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성찰하는 성적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성적 자존감을 키우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해왔다. 특히 성별권력관계는 여성들의 성적 결정권이나 자존감을 훈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성적인 욕망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여성들은 그 자체로 ‘밝히는 여자’가 되어 많은 여성들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개인적으로 여성들이 그 편견과 싸우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면 성폭력 가해자들의 고정적인 레퍼토리, 즉 “성희롱 하지 않고, 단순히 만졌을 뿐”이라거나 “어려 보여서”라는 등의 핑계나 변명 등이 있다. 이는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하는 것이 남성스럽기 때문에 그 행위가 성희롱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상대 여성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 아래 가능한 행위들이다.

지금의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의 지속적인 성교육은 어렵다. 그럼에도 거의 매일 성폭력의 잔혹성, 폭력성, 위험성이 갈수록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성교육은 우선 우리 사회의 문화, 성별 권력관계, 남성과 여성들의 체화된 습관을 바꾸도록 아이들이 직접 자신을 돌아보는 연습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NO!’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여성들의 맥락적인 상황을 고려한 상황에서 일상에서 몸으로 익히는 ‘자기방어 훈련’ 자기표현 훈련 등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몸에 이미 붙어 있는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벗는 훈련이 필요하며 일상으로 파고들어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적인 교육 맥락 속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체화할 수 있는 참여 학습방법 등이 고민되어야 한다. 특히 공동체에서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을 기본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성폭력은 갑자기 하루아침에 조심하거나 눈을 감고 산다고 예방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일상의 변화 프로젝트’가 실시될 때 근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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