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통제 통해 소비자에게 확실한 유기농 제품 제공
생산자-소비자 직접 연결하는 ‘유기농 바구니’ 눈길
요즘처럼 물가가 하늘을 치솟듯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6월까지 올 한 해 프랑스 물가상승률은 3.6%를 육박하고 있다)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란 좀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필요로 한다. 제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유기농 제품은 비유기농 제품보다 가격이 30% 정도 비싼 편이다. 그러나 올 봄 서리를 맞아 수확이 부실한 살구나 깍지 강낭콩은 3배 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웬만한 용기 없으면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유기농 식품만을 이용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 전 프랑스에서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음식물에 좀 더 신경을 쓰기 위해 선택한 것이 유기농 제품이었다. 당시엔 우리처럼 유기농 제품으로 전환한 사람들이 꽤 됐는데, 건강 유지의 제1 조건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먹거리에 있음을 인식하고 난 뒤의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프랑스는 엄격한 자체 유기농 통제를 통해 확실한 유기농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내에서 유기농 제품의 인가를 받고 나면 AB (Agriculture Biologique, 유기농업)라는 라벨이 붙여지는데 프랑스 국내 유기농 제품 통제가 유럽 유기농 통제보다 더 엄격하다. 그러므로 이 라벨이 붙어 있는 제품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유기농 제품 소비자들을 위해 대형 마켓도 유기농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한 구석에 유기농 제품 코너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대형 마켓이 없고, 또 가격이 유기농 가게보다 저렴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 제품을 이런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기농 바구니’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다. 중간상인을 배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기농 제품의 가격을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바구니 시스템은 한 유기농 과일, 야채 도매업자가 운영하고 있는데 필자가 이용한 지도 벌써 3년이 되고 있다. 유기농 바구니는 야채와 과일 바구니 두 종류가 있고, 한 주일 전에 주문한 바구니를 1주일 후에 받게 되는데 우선 장을 볼 일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바구니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생산업자가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데 주로 신선한 계절상품이 들어 있어 내용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먹을 제품을 고를 수 없다는 게 하나의 단점이 될 수도 있으나 그동안 경험으로 비추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생전 구매하지 않는 제품이 들어 있을 경우에 새로운 식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또한 바구니에 매주 들어 있는 요리법을 참고해 새로운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에는 또한 유기농 제품 박람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샴푸나 보디로션 등의 목욕제품 등 없는 게 없다. 몇 년 전에 필자도 박람회에서 특이한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인도산 호두세제’라는 것인데 식용이 아닌 호두껍질을 이용해 세탁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과연 이런 자연제품으로 세탁이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했는데 샘플을 얻어 한번 사용해 보니 비누처럼 거품이 일어나면서 세탁이 깨끗이 되는 게 아닌가? 당장 유기농 가게에 가서 시판되고 있는 1㎏짜리 ‘인도산 호두’를 샀다. 합성세제에 비해 오염이 전혀 없고 결과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번에 파리를 방문했던 한국 친구들이 내 부엌과 냉장고 안을 한참 들여다 보더니 하는 말 “너네 집엔 플라스틱 통이 하나도 없네. 전자레인지도 없고.” 사실 작년 겨울에 한국에 갔을 때 집집마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통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나는 플라스틱 통 대신 유리병을 이용하여 커피나 곡물 등을 보관한다. 또한 프랑스 음식은 딱 한 끼 해먹는 음식이라 남기는 음식이 거의 없어 보관의 필요가 거의 없다. 또한 여러 가지로 인체에 해로운 전자레인지,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한국에 돌아간 뒤 친구 하나는 자기 집에 있던 그 많던 플라스틱 통을 전부 버리고, 쓰던 플라스틱 컵이나 접시 등을 유리나 사기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레인지 버렸다는 얘기는 없다.
이 친구들은 곡물이나 커피, 차 등의 유기농 제품 가격이 오히려 한국의 비유기농 가격보다 싼 것에 매우 놀라워 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물가가 한국의 2배인 것을 감안하면 친구들의 놀라움이 이해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친구들은 유기농 원두커피, 녹차, 녹두 등을 잔뜩 구입해 갔다. 파리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도 차후에 선물용으로 이런 유기농 제품을 구입해 가면 어떨까? 가격도 저렴하고 몸에 좋은 제품을 선물하고 받는 것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