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올림픽에 꼭 출전할 겁니다"
희소성 있는 여성 휠체어농구는 스포츠계의 ‘블루오션’
장애인만의 잔치는 그만… 장애인올림픽이라도 중계하길

 

폭스 휠의 김현숙 감독(왼쪽)과 박은경 선수.
폭스 휠의 김현숙 감독(왼쪽)과 박은경 선수.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로 온 나라가 뜨거운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스포츠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 휠체어농구단 ‘폭스 휠(Fox Wheel)’이 정식 활동을 시작한 것. 지난 7월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7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 개회식에서 정식 창단식을 가진 이들은 아직은 5명에 불과한 인원이지만 삼복더위를 잊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에 휠체어 농구가 처음 보급된 것은 1985년, 현재 남성 휠체어농구단은 18개 팀(장애인 부문)이지만 여성팀은 선수를 모으지 못해 탄생되지 못했었다.

“휠체어 농구의 매력은 일반인과 같은 기준에서 함께 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거예요. 대부분의 장애인 스포츠는 골대와 네트의 높이가 일반인과 다르잖아요. 일반인보다 훨씬 작은 내가 일반인과 같은 골대에 공을 넣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주장 박은경(45) 선수는 일반인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답변했다.

일산 전문학교에서 의상을 전공하고 한복재단사로 일하던 그는 운동량이 적어 당뇨와 고혈압, 욕창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가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자신의 삶이 180도 바뀌었다고.

“안 쓰던 근육을 쓰니까 면역성이 강해져 건강이 놀랄 만큼 호전되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체육관에 나와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마음도 건강해졌습니다. 제 아들이 학교에서 제 자랑을 하고 다닌대요. 우리 엄마가 농구단 주장이라고요.”

현재 4명의 척수장애인과 1명의 소아마비 선수로 이뤄진 폭스 휠이 창단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성 장애인들은 남성 장애인들보다 체력적, 생리적인 이유로 외부활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또 만만치 않은 농구용 휠체어 구입비와 이동의 어려움은 부담이 되고 있다.

김현숙 폭스 휠 감독은 “몇 해 전부터 창단을 준비했지만 5명의 선수를 겨우 모집해 창단하게 됐다”며 “장애인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과 운동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팀원이 부족한 폭스 휠은 연습 위주로 활동 중이다. 선수를 보강해 내년부터는 공식 대회에 출전하고 일반인 혼성팀과 남녀 혼성팀으로도 참여할 계획이다.

여성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 올림픽 인기종목 중 하나. 베이징 올림픽(8월 8~24일) 이 끝난 뒤 9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올해 장애인올림픽 여성 휠체어농구에는 총 10개국이 참가한다. 이제 막 창단한 팀이지만 폭스 휠은 장애인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대회 제패라는 당찬 야심도 품고 있다.

윤용석 대한장애인농구협회 사무국장은 이런 계획이 결코 헛된 꿈이 아니라고 자신한다. 여성 휠체어 농구는 세계적으로 10여 개 정도의 팀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 예선을 거치지 않고도 본선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 윤 사무국장은 “2012년 장애인올림픽 때는 꼭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은경 선수는 끝으로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홍보를 당부했다. “최소한 장애인올림픽만이라도 TV에서 제대로 중계해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장애인스포츠를 알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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