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민이’ 현우, 어린이집에서 의문의 질식사
‘제2의 성민이’ 현우, 어린이집에서 의문의 질식사
  • 이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7.25 15:46
  • 수정 2008-07-25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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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저항흔적 있는데 애가 혼자 코박고 죽었다니요?”
경찰 부실수사에 검찰 기소조차 불투명…유족 측, 사인 알고자 변호사 고용해 소송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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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오후 5시 30분쯤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던 2세 남아가 돌연 숨졌다.

성민이 또래의 현우의 죽음 이면엔 성민이 경우처럼 여러 의문점이 남아있다. 그러나 성민이 사건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상식 밖으로 부실하고 무성의하다는 것. 그 결과, 6월 중반 ‘비구 폐쇄성 질식사’, 즉, 코와 입을 막아 혹은 코와 입이 막혀 죽었다는 부검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사 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은 채 검찰에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속이 탄 피해자 가족 측은 변호사를 고용해 자력으로라도 검찰 기소 가능성을 보려고 이리저리 뛰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부모들이 생업을 반 포기한 것은 물론, 삼촌 등 친척들까지 나서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사건 직후부터 7월 2일까지 40여 일이 지나도록 경찰서(창원 중부경찰서 강력반)의 수사 결과만 기다리며 경찰서나 사고 어린이집 근처에도 가지 않은 채 애태우며 기다렸으나, 결국 경찰이 수사를 거의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수사를 통해 아이의 사인을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세금 내는 국민이기에 대한민국 경찰이라면 당연히 피해자를 보호해주리라 생각해 방해 안하려고 조용히 관망만 했는데, 착각이었죠.

애초에 담당형사로 알았던 사람이 담당형사가 아니라 전혀 짐작지도 못한 사람이 담당형사란 걸 알게 된 것이 7월 2일이었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더구나 경찰에 부검결과가 넘어간 것이 6월 10일 넘어서였는데, 우리가 그렇게 묻고 물어도 딴 소리만 하다가 7월 2일이 넘어서야 부검결과를 알려주다니, 피해자의 멍든 가슴에 또 못을 박는 거죠.”

충격을 받은 아이 부모를 대신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현우 삼촌의 말이다.

그가 가장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경찰이 일반인도 아는 상식 선에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

어린이집 원장과 담당 보육교사, 현우 아빠를 간략히 수사한 것 외엔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그는 본다. 더구나 유족 중 현우의 시신을 최초로 목격한 사람이 할머니인데, 할머니에겐 일언반구도 없었다.

유족들은 만일을 위해 현우가 사망 당시 사용했던 이불, 베개, 옷가지 등을 보관해뒀으나 이에 대한 수사 역시 전혀 없었다. 이젠 당시 유품을 챙겨뒀던 쇼핑백이 물기와 습기로 눅눅해졌을 정도.

반면, 유족 측이 부검결과와 자체 취재를 통해 알아낸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할머니가 현우가 숨진 방에 도착해보니 현우 혼자만 이불을 어깨까지 덮은 채 반듯이 천장을 향해 누워있어 사고 직후 시신을 어린이집 측에서 수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게다가교사들마다 아이를 재웠다는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부검의는 현우의 식도 쪽이 이물질 하나 없이 아주 깨끗했고 뇌, 심장 등 모든 장기가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현우의 코 주위와 어깨 양쪽의 시퍼런 멍에 대해선 압력에 의해 그렇게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위에서 누르면 어깨 쪽이 눌려지면서 피가 쏠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손톱 쪽 시퍼런 멍은 현우가 눌린 순간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을 것을 추측하게 한다.

그러나 경찰은 유가족의 이런 의문에 대해 “애가 스스로 이불이나 베개에 코를 박고 그랬을 것”이란 말만 했다.

경찰의 추측대로라면 시반(사후에 생기는 반점)이 아이 배 쪽으로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배 부분은 깨끗해 유족들은 경찰의 너무나 단순한 추측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라도 아이의 의문사를 풀어보려 줄기차게 부검결과서를 요구하는 유족에게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상장이라도 돼서 벽에 걸어 놓으려 하느냐”고 타박해 억장을 무너지게 하기도 했다.

그는 한참 후 어린이집에 찾아갔을 때 여긴 왜 왔느냐는 식으로 뜨악한 반응을 보이며 정식 사과조차 안 하려 한 어린이집 원장보다 “애는 코 박고 이미 죽었으니 원장과 합의라도 하라”는 경찰 측에 더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더구나 사고가 났는데도 이 사실을 주변에선 전혀 모른 채 어린이집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상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불가사의하다.

“형사에게 물었죠. 왜 원장을 불구속 수사하느냐고. 보험에 들어있어 구속수사는 안 해도 된다고 하는 그의 말에 황당했습니다. 개돼지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었는데 말입니다.”

경찰은 24일 현재 가족 면담을 약속했다가 경찰서 내부 공사를 이유로 들어 면담 약속을 또 연기한 상태다.

올해 발간된 ‘2007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보건복지가족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빈도는 학대가 거의 매일 발생한 경우가 50.5%로 2~3일에 한 번 발생한 경우의 10.8%보다 월등히 높아 다수의 아동이 주기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기보호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만 6세 미만의 사망 아동 중 85.7%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 중 57.1%가 ‘방임’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가족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이지만, 점차 시설에서의 학대도 증가 추세다.

보고서는 “아동학대 행위자가 법적 제재 및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법기관이 아동학대 행위를 심각한 범죄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고 결론내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고서는 학대행위자의 상담· 수강· 치료 의무화 방안과 치료프로그램 개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성민이나 현우의 어이없는 죽음은 사회와 사법부의 아동학대에 대한 의식 변혁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일선 경찰의 초동수사 단계부터 성실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고, 이것이 결국 사법부의 정당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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