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7.25 10:54
  • 수정 2008-07-2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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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역사 첫 여성소장…마약분야 최고 권위자
인력부족 아쉬워…법과학자 양성 학과설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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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아직 정신없이 바쁘지만 힘든 줄을 몰라요. 연구소를 무척이나 사랑하기에 도움이 되고 싶고, 소장이 돼서 해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이 기쁘네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수사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53년 역사상 첫 여성소장의 주역이 된 정희선(53) 신임소장. 지난 10일 임명장을 받고 부임 2주를 막 넘긴 23일 만난 정 소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1978년 숙명여대 약대를 갓 졸업하고 국과수에 지원한 그는 면접관에게 “3년만 있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여성은 결혼하면 그만두는 것이 불문율이던 시절, “설마 3년은 있겠지” 하고 시작한 연구소 생활은 벌써 30년을 넘겼다.

2002년 여성 최초로 법과학부장을 맡아 화제가 됐고 최근엔 국제법독성학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전문분야는 약·독물과 마약. 관련 특허 4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국내외 학술지에 약물 및 마약 관련 연구논문을 40여 편이나 게재했다. 3년 임기의 소장을 맡게 된 그가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국내 법과학의 표준화와 세계화, 그리고 교육이다.

“한국의 법과학 수준은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고 세계적으로도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몽골, 중국 등의 법과학자를 교육시켰고 네덜란드 연구소에서 유전자 시스템을 배우러 오겠다고 할 정도예요. 하지만 우리의 감정서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려면 수치화와 정량화를 통해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6년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영아살해 유기사건’을 꼽았다. 한국의 유전자 감식을 믿지 못했던 프랑스가 결국 한국과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되자 한국 과학수사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는 감정뿐 아니라 미래범죄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학에서부터 법과학자를 길러내는 양성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쉬운 점. 그는 “최소한 대학원 과정에서라도 법과학을 연구하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대구지하철 사건이나 최근의 금강산 피격사건 같은 큰 사건이 터질 때엔 인력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언제나 마감을 갖고 있는 사건에서 인력이 받쳐주면 더 많은 실험을 해보고 좀 더 정확한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을 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고.

“현재 국과수 연구원의 수는 국민 160만 명당 1명이에요. 10만 명당 1명인 영국, 20만 명당 1명인 미국은 물론 50만 명당 1명인 이웃 일본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죠.”

정 소장의 연구실 한쪽 벽에는 ‘Synergize’(시너지 효과를 내다)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리더십 센터에서 스티븐 코비 박사의 리더십 과정을 들었을 때 배웠던 7가지 습관 중 마지막 문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한 점이 네트워크와 리더십’이라 생각한 그는 고위자 과정을 다니며 인맥을 쌓았고 자비를 들여 리더십 센터를 찾아가는 등 업무 외적인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정 소장은 또한 ‘최초의 부부 국과수 소장’으로도 유명하다.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임기 1999~2002년)이 그의 남편. 그는 “남편은 입사 초기부터 오랫동안 함께해 온 가장 큰 멘토”라며 “소장이 된 뒤 ‘내가 당신보다 훨씬 잘할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며 웃었다.

정 소장이 입사 당시 3명이었던 여성 연구원은 현재 43명, 전체의 5분의 1 수준까지 늘어났다. “항상 도전적이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법과학자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그는 “섬세함과 인내를 요구하는 법과학자는 여성에게 특히 맞는 분야”라며 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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