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발굴 앞장서는 ‘여성문화유산해설사회’
‘허스토리’ 발굴 앞장서는 ‘여성문화유산해설사회’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7.25 10:24
  • 수정 2008-07-2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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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성들의 발자취 좇으며 오늘의 삶도 돌아봐"
여성문화유산 가이드북 출간, 여성역사기행반 운영 등
고려시대 ‘공녀’, 여성문화유적찾기 전국 확대 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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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남자들의 이야기로 존재해 온 ‘역사’(History) 속에 가려져 있던 여성역사를 발굴해내는 ‘허스토리(Herstory)’란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문화’가 국가경쟁력인 문화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록된 역사에서 외면당해 왔던 여성문화유산을 찾아내는 작업도 활발해졌다.

누구보다 허스토리 발굴에 앞장서 온 여성들은 ‘여성문화유산해설사회’(cafe.naver.com/findingherstory)회원들. 이들은 지난 1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제1회여성사포럼 ‘잊혀진 여성 이야기를 찾아서’를 개최하기도 했다.

“역사 속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는 과정에서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됩니다. 기록된 역사에서 찾을 수 없었던 여성들의 역사를 좇고 ‘그녀’들의 생명력을 느낄 때마다 한 여성으로서의 내 삶을 성찰하게 되는 거죠.”

초대 회장 최선경씨의 말은 많은 여성문화해설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최씨가 여성문화해설사회를 처음 만든 것은 4년 전의 일. 2003년 9월 서울여성가족재단(옛 서울여성)에서 진행한 ‘여성문화유산해설 자원활동가 양성과정’ 교육과정에 참여했던 수료생들이 중심이 되어 2004년 4월 모임을 발족했다. 현재 활동하는 회원은 30여 명.

여성사가 담긴 유적지를 발굴해 이에 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여성주의 역사관을 높이도록 하는 이들의 활동은 그동안 여러 성과물을 낳았다. 2004년 ‘서울의 여성사를 찾아서-여성문화유산 지도’를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120여 곳이 넘는 서울지역의 여성문화유산을 구역별로 알기 쉽게 설명한 ‘여성문화유산 가이드북’을 펴냈다.

여러 지자체에서 여성문화답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교육기관에서 ‘여성역사기행반’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진행하는 답사와 기행을 통해 많은 어머니들이 여성역사와 관련된 여행을 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최선경씨를 이어 올해 새로 대표직을 맡은 이정향씨는 “우리가 발견한 허스토리를 바탕으로 여러 지자체에서 큰 사업을 할 때마다 앞으로도 역사 속 그녀들을 발굴해내고 알리는 데 ‘작은 불씨’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올해 이들이 주목하는 사업은 ‘잊혀진 여성 이야기: 공녀’와 ‘서울·경기 지역 여성문화유적 찾기’. 여성 희생의 역사를 대표하는 ‘공녀(貢女)’는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 중국 땅으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한 이들로, 대부분이 황제와 황후 등의 수족 노릇과 성적 노리개 구실까지 감당해야 했다. 공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내 오는 가을 문화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서울·경기 지역 여성문화유적찾기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성남 쪽에 조선시대의 여성 문필가 ‘강정일당(姜靜一堂)’의 유적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탓에 풀이 우거져 있었고 가는 길도 찾기 어려웠죠. 그래서 가는 길 곳곳에 저희가 리본을 달아놓았습니다. 여전히 발굴해야 하는 허스토리는 너무나 많은 현실임을 깨닫습니다.”(이정향 회장)

단순히 여성역사와 관련된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감수성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 보겠다는 이들의 눈빛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이들은 “기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는 여성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 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여성 인물과 문화를 발굴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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