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묻힌 성민이의 죽음
솜방망이 처벌에 묻힌 성민이의 죽음
  • 이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7.18 14:39
  • 수정 2008-07-18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가해자 아동학대 인정하면서도 1년6월 선고
아동보호특별법 필요성 대두

최근 대법원이 울산 H어린이집 유아 사망 사건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 ㅊ에게 징역 1년6월, 운전기사인 남편 ㄴ에게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선고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에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라는 관점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지원해온 ‘23개월어린천사성민’ 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제2의 성민이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식으로 성민이의 죽음을 묻을 수 없다는 주장도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5월 17일 H어린이집에 24시간 보육이 맡겨졌던 23개월 유아 성민이가 갑자기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 아이는 사망 당시 온 몸에 멍 자국이 나 있었고 배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에 유족 측은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으로 ‘상해치사’를 주장했으나 1심(대구지법 경주지원)에선 “아이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ㅊ과 ㄴ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이에 담당검사는 항소했고 대구고법은 “피해자의 여러 부위의 상처는 학대로 인한 것”이란 판단과 함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인정했다.

문제는 현재로선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의 수준이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지극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올해 6월 일부 개정된 아동복지법에서도 성민이 사건처럼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보호 감독 치료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을 뿐이다.

또 하나의 맹점은 아동학대를 인지할 수 있는 시설 관계자 등의 신고 의무에 대해 ‘교육’ 부분만 강조돼 있을 뿐 미신고 시 벌칙 사항이 빠져 있다는 것. 

반면 복지부의 2000년 아동학대에 대한 전국 표본조사 결과 아동학대 발생률은 43.7%, 즉 아동 5명당 2명이 학대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2004년 전국 아동학대예방센터의 신고 접수 결과에서도 아동학대 의심 사례 건수는 전체 70%에 육박하고 있다.

복지부 아동청소년정책실 관계자는 하반기 정기 국회를 목표로 신고 의무자가 신고를 안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가하는 조항을 아동복지법에 삽입하고, 성민이 사건처럼 시설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집행유예 3년만 지나면 자격증을 재취득하는 조항을 보완해 보육시설을 영구히 운영할 수 없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불구하고 아동보호특별법이나 아동학대방지법 등 별도의 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법 범위에서의 처벌에 가중처벌을 부가하는 특별법 형태로 유사 범죄를 방지하고 아동 권익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경우, 99년 국회에서 정의화 의원 외 148명이 ‘아동학대방지법안’을 발의했으나, 보건복지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통합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60년대 말 대부분의 주에서 아동학대 신고법을 마련해 강제신고제도를 도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