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발전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전환
현 여성부에 남녀차별조사권 부재 아쉬워

여성부는 지난 3월 22일 새 정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여성발전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을 통해 그 틀이 정해질 것이다.

법 개정 계획은 현재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부처의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에 와 있다. 지금까지 여성발전기본법을 기반으로 추진되어 온 여성정책은 차별받거나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했다. 이런 과정은 주류 체계와는 다른 주체가 그 체계를 향해 망치를 두드려 고장이 난 부분을 고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 성평등기본법이 지향하는 문제해결의 방식은 외부에서 두드리는 망치를 대신해서 주류 체계 자체가 스스로 고장이 난 부분을 진단하고 고칠 수 있도록 틀을 짜는 것이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우리 정부의 여성정책 추진에 있어서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서 여성정책의 1기 패러다임을 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의 구성에는 1995년 북경세계여성대회 결과 발표된 북경행동강령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법에 따라 여성발전기금이 설치되었고,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시행되었다.

이후 여성발전기본법을 중심으로 한 여성정책의 1기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의미 있는 법 개정은 지난 2001년 여성부 설치와 함께 추진되어 2002년 완료되었다. 당시의 법 개정을 통해 국무총리가 의장이 되는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설치되었고, 각 부처에 여성정책책임관이 지정되는 등 여성정책의 정부 내 조정체계가 정비되었다.

또 비록 한 조문이었지만, 정부의 정책이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후 여건 변화에 따라 소소한 개정이 있어 왔지만 여성발전기본법은 지난 7년간 2001년 체제를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개정을 통해 여성정책은 제3기 패러다임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의 성평등기본법으로의 변화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인식되었다. 당시 여성부는 여성정책 패러다임 정립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아홉 개 분야에 걸쳐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 한 주제로 성평등기본법의 시안을 작성하는 작업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이후 여성부는 성평등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보다는 보육과 가족 등 집행기능이 많이 포함된 정책들로 외연을 넓히는 문제해결형 전략을 택했다. 물론 그 기간 중에도 이미 기본법에 규정된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분석평가 사업을 확대하여 여성정책 주류화 전략을 병행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가족부가 추진했던 전략은 평가를 받았고, 현재 여성부가 재탄생했다. 7년 전 여성부의 최초 설립기와 비교하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당시에는 남녀차별조사권이 있었다는 점이다.

부처가 조정기능을 강력히 수행하려면 그 매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특수한 법적 권한이 있어야 한다. 기획재정부 예산파트엔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산편성권이, 행정안전부에는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부 조직과 정원에 대한 관리권이 있다. 따라서 성평등기본법으로의 여성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성패는 여성부가 새 법을 통해 발휘할 여성정책 조정기능의 효과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반기엔 여성부가 발표할 법 개정안이 여러 여론수렴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쌓아올린 여성정책의 노하우가 결집된 최선의 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를 희망하고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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