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종교의 참모습을 깨닫다
인도네시아에서 종교의 참모습을 깨닫다
  • 이문숙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목사)
  • 승인 2008.07.18 11:44
  • 수정 2008-07-18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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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갈등, 가르침 불일치 아닌 기득권 욕망 때문
공통의 적인 가난과 불의 없애는 일에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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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는 남남으로 만났다가 상처만 남겨놓고 남남으로 돌아섰다.”

가수 문주란이 오래 전에 부른 ‘타인들’의 첫 소절이다. 태생적 조건 때문이든 가부장제 때문이든, 오랜 연애를 한 남녀도 불현듯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상처를 안은 채 관계를 끝내고 남이 된다. ‘남남’으로 시작해 결국 ‘남남’으로 끝나는 관계의 쓸쓸함, 이걸 식자들은 타자성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남녀보다 더 남남인 사이가 있다면 아마 종교일 것이다. 남녀 간의 남 됨은 각종 성차별과 가정폭력, 성폭력으로 가시화된다고 한다면, 타자인 종교들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테러와 전쟁까지도 초래한다.

지난해 이맘때 한국 교회 교인들이 선교를 하러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탈레반에게 납치된 사건은 종교들의 극단적 남남 됨의 현실을 보여주는 예다. 이웃을 내 몸같이, 그리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타자를 껴안아 한 몸이 되라는 뜻인데, 이걸 배우는 종교인들이 ‘가장 머나먼 너’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난 7월 2~7일 교회 여성 열 사람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다. 여행의 주된 목적은 자카르타시에 있는 이슬람 조직과 이슬람 여성,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돌아보는 것.

일반 신도들은 이웃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질 개인적인 계기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제도교회의 프로그램에 묶여 지내면서 부지불식간에 배타성을 학습한다. 기왕이면 기독교의 세계적 앙숙으로 간주되는 이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잠시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종교의 참모습을 묵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여행을 추진했다. 

인도네시아 교회협의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슬람 여성 조직이 6~18세 고아들을 돌보는 ‘어린이 청소년 희망의 집’을 첫 번째로 방문한 데 이어, 3000만 명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 이슬람 조직이라는 나흘라툴 울라마(NU) 본부에 가서 회장과 이슬람 여성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슬람과 여성주의 관점에서 일하는 여성운동단체도 찾았다. 아시아 최대라는 모스크에선 기독교의 주일예배에 해당하는 금요정오기도회를 참관했다.

전직 부통령을 지낸 NU의 하심 무자딘 회장은 일행이 앉은 회의장이 이웃종교들이 만나 얼굴을 맞대고 국가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푼 ‘갈등해결의 방’이라고 소개하며, “지금 종교의 적은 가난과 불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슬람 여성들은 한쪽에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 안 나는 ‘돌보고 교육하는 일’에, 다른 한쪽에서는 경전을 여성의 눈으로 읽고 일부다처제와 가정폭력 등을 없애는 운동에 열심이었다.

종교 간 갈등은 참으로 각각의 종교 본래의 가르침 간의 불일치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걸 믿는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종교들의 대립은 기득권의 확보, 유지, 확대의 욕망을 ‘신의 뜻’으로 포장한 이들의 다툼이다. 여기에 무구한 신도들이 동원되고 휩쓸리면서 공연히 적대심을 키우는 것이다. 이슬람과의 짧은 만남에서 다시 확인하는 사실이다.

일행은 가는 곳마다 생각지 못한 황송한 대접을 받았다.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시아인들의 공통점이지만, 기독인으로서 이슬람교도들에게 받는 것이어선지 느낌이 각별했다. 환대 속에서 편안한 마음이 되자 남남으로 돌아서기엔 서로 나눌 것도 함께할 것도 많음을 본다. NU 의장의 말대로 종교들의 공통의 적인 가난과 불의를 물리치는 일이 그 첫 번째겠다.

그러고 보니 손님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도 환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 “우리는 남이 아님”을 보여주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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