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정책, 이민자와 시민단체 목소리 반영해야
지난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필리핀 여성 주디스 헤르난데스씨가 털어놓은 고백이다.
국내의 이주민 수가 100만 명을 초과, 남한 총 인구의 2%를 넘어섰다. 이미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주민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소통하는 이민자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다문화 사회의 문화적 지원정책 대토론회’를 열고 10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문화부 내에 다문화정책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 12월 27일, 불과 6개월 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다문화 정책 10대 중점과제는 크게 ▲한국사회 문화적 적응 지원을 위한 것(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 증진, 문화향유 기회 확대) ▲다문화 정보 제공 활성화와 함께 다문화사회 인식 제고를 위한 것(문화 다양성 이해와 다문화 감수성 추진, 다문화 콘텐츠 발굴, 다문화 매개인력 양성) ▲다문화 자원의 창조적 역량 증진을 위한 것(타 문화권과의 문화예술교류 활동 강화, 다문화성이 반영된 문화활동 지원) ▲다문화정책 문화기반 조성을 위한 것(다문화 친화적 문화환경 조성, 법·제도 마련) 등을 포함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다문화 사회의 정책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 교환과 토론이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문화부의 다문화 정책방향 모색에 대해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계를 지적하고 보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에스닉 미디어’, 즉 소수인종을 위한 방송의 활성화를 추가적으로 제안했다. 에스닉 미디어는 이민자 집단과 주류사회 간의 교량역할을 하며 사회문화적 충격으로부터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실제로 이주노동자방송국에서 일하는 네팔인 니무씨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생긴 후 지난 1월부터 정부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있어 에스닉 미디어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김주호 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은 이주민의 민족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새로운 명칭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베트남 출신 한국인’(Vietnamese Korean), ‘필리핀 출신 한국인’(Filipino Korean) 등. 또한 다문화정책은 2세들의 문제로 발전할 것이기에 미래를 예측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역시 헤르난데스씨. 그는 “한국인들도 이주민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가족 간에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서관에 현지 언어로 된 자료나 도서 비치, 이주민들이 많은 지역에 다문화 도서관 건립 등의 사항을 제안했다.
헤르난데스씨 외에도 많은 이주민들과 시민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당사자인 이민자나 그들과 오랜 시간 현장에서 함께해온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