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사랑, 현실적 캐릭터 부재 아쉬움
‘연하남=백수’ 탈피 열린사고 등 장점 부각
모성본능 갈등 벗어나 남녀 사랑 인정해야
10대 후반으로 구성된 5인조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세상의 누나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면서 여름날을 한층 달구어 놓고 있다. 몇 해 전 가수 이승기가 “누난 내 여자니까, 남자로 느끼도록 꼭 안아줄게” 하면서 사랑의 애절함으로 세상 누나들의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한 후 다시 누나들의 울렁증이 시작된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케이블에서는 리얼리티 쇼 ‘나는 펫- 애완남 키우기’로 미혼남녀, 특히 연하남에 대한 연상녀들의 호기심을 불러오고 있다. ‘나는 펫’에서 ‘펫’은 연하남을 일컫는 말로 미혼인 세 쌍의 연하연상 남녀 커플이 100일 동안 동거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 중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큰 인기를 얻으며 현재 시즌 4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은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이젠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KBS1 일일)의 태영과 소영, ‘엄마가 뿔났다’(KBS2 주말)의 영수와 미연, ‘달콤한 인생’(MBC 주말)의 혜진과 준수, ‘천하일색 박정금’(MBC 주말)의 정금과 경수, ‘춘자네 경사났네’(MBC 주말)의 주리·정우와 춘자·달삼 커플, ‘달콤한 나의 도시’(SBS 금요)의 은수와 태오, ‘조강지처클럽’(SBS 주말)의 화신과 세주. 그리고 리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황보와 현중도 그렇다.
드라마 속 연하남 다양한 모습
이렇듯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을 바라보는 일은 당황스럽거나 별스러운 일이 아닌 흔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렸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생활과 결혼에 대한 개방화된 생각들이 결혼이나 연애의 대상을 굳이 연상남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있다. 연하남과 만나면 성적으로 윤리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는 억눌린 사고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있다.
연하남은 백수라든가, 바람기가 많다던가, 평생 보살펴 줘야 한다는 편견보다는 연하남들이 보여주는 열린 사고, 탈 권위, 로맨틱함, 젊은 감각 등의 장점을 높게 인식하는 것 같다.
또한 능력 있는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한 완소남들의 누나사랑을 보여주었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평범한 여성이나 이혼녀, 노처녀 등을 향한 구애도 나타난다. 이들은 오히려 스스로 여성성을 잊고 살아가는 세상에 지친 누나들을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있다. 재력, 능력 자상함을 겸비한 이 남자들은 연하남이어서 어린아이가 아닌 성숙한 남자로서의 면모까지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연하남들의 촌철살인의 언어들도 이들을 향한 연상녀의 로망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우주의 나이가 140억 살이래요.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우린 동갑일 뿐이야”(태오), “아줌마의 처진 뱃살과 처진 엉덩이와 처진 가슴도 사랑합니다”(세주), “난 당신이 보고 싶을 때면 아무데서나 눈을 감아요”(준수), “저는 이제 누굴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까요”(경수), “나, 누나 잡은 이 손 절대 안 놔요. 이게 어떻게 잡은 손인데. 그러니까 누나도 내 손 절대 놓지 말아요”(태영), “저는 황부인의 강아지가 되고 싶어요”(현중).
연상연하 사랑 현실 인정해야
그러나 연상녀 연하남 커플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항상 보기 좋고 사랑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이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자연스럽지 못하고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연하남의 일방적인 구애가 있고 그들에게 부족한 2%의 측은지심이 있다. 거기서 연상녀들은 모성과 연정 사이에 갈등을 보여준다. 잘 포장된 모성을 완소남의 로맨스와 열정으로 사랑이란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 연상녀, 연하남 커플을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마 같은 여자가 아닌 이성의 매력에 끌린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보고 이들의 성에 대해서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모성본능이라는 가식과 핑계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그려야 한다.
나이나 처지에 상관없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서로 끌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연하남(=완소남)에 대한 사랑은 로망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 되어야 한다. 펫(연하, 또는 완소)은 연상녀들의 대안이 아니라 자연스런 남녀 간의 사랑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녀들의 당당한 사랑이 신드롬 현상이나 말잔치에서 벗어나 사랑을 인정받는 길이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귀여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는 것이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태오가 하는 말은 연하남과의 관계 설정에 전제되어야 할 것을 던져준다.
이제 자신보다 어린 여자와 연애를 하고 싶은 남자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여자와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은 변해야 한다. 그리고 알아야 한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상대는 무얼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드라마는 이런 현실 인식하에 캐릭터를 만듦에 좀 더 용감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