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부의장 출신의 5선 의원 박희태(70) 대표(한나라당)와 원만한 성품과 합리적 일 처리로 당내 신망이 두터운 정세균(58) 대표(민주당)가 그들이다.
양측 모두 ‘온건·화합형’으로 어지러운 정국이 빠른 속도로 수습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8일 국회 개원에 합의함에 따라 18대 국회가 40여일 만에 정상화 국면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들 체제하에서 당내 성평등 문화 정착 및 여성관련 제도 개선은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까.
양 대표 측은 관련 정책·제도 개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아직 고민 중’이다. 당내 여성국을 비롯한 여성계 등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당의 상황에 맞게 차근차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대할 만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두 대표 모두 20여 년의 의원생활과 공직생활 동안 여성비하 발언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없으며 여성관련 법안 발의에도 인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박희태 대표는 우선적으로 여성의 당직 및 공직진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전문직 여성이 당과 나라를 위해 참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며 “여성의 당직, 공직 진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정부 및 공공기관 참여기회를 확대해 여풍(女風)을 실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월구 당 여성국장은 “당내 성평등 문화 정착 및 제도개선 등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우선은 당헌당규 상에 명시되어 있는 여성관련 규정들만 정확히 실천해도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선 불안감도 감지된다. 70대라는 나이 탓에 다소 보수적이며 남성 중심적이 아니겠느냐는 점과 5선 의원임에도 여성정책이나 제도를 다듬는 위치와는 거리가 있었던 만큼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얼마만큼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의 의정활동을 자세히 돌아봐도 여성 관련 부분에 대한 관심이나 의사, 의지 같은 부분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 이는 그만큼 그동안 이 분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며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고 여성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접할 기회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대표는 특히 산자부 장관 시절 여성경제인들을 위한 제도마련과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진흥에 앞장섰던 것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시절 당의 강령과 정책을 만드는 데 ‘양성평등’을 유난히 강조했던 점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정 대표는 우선적으로 좋지 못한 당내 상황을 추슬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9총선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은 “여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을 받았고 많은 여성의원 및 당직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정 대표는 전국여성위원회와 합의한 내용 등을 토대로 하나씩 실천하고 바꿔 나갈 계획이다.
당 대표 선출을 앞둔 지난 6월 29일 진행된 ‘7·6 전국대의원대회 양성평등 매니페스토 서약식’을 통해 정 대표를 비롯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여성의 정치참여 제한하는 당헌당규 독소조항 전면 개정 ▲양성평등 관련 당헌당규 준수 ▲공직후보자 추천 및 각급 단위 위원회 구성에 여성당원 30% 이상 포함 ▲여성가족부 부활 추진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옥주 당 여성국장은 “매니페스토 서약식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실행이 중요할 것”이라며 “성에 대한 모든 차별적 제도와 관행 및 의식을 일소하고 조화로운 양성평등 정당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외에도 당 체질 전면개선 프로그램인 ‘뉴민주당 플랜’을 통해 “보육 및 양육, 노인부양 등을 위한 사회적 돌봄 제도를 강화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경제 및 사회활동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