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동료의원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4·9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비례대표 순번이 발표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놓였던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 강 의원의 한나라당행은 “잘못 발표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이었고 놀라운 일이었다.
국회의원이 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 “국회문화가 익숙해졌느냐”는 질문에 강 의원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이제 조금씩 ‘의원’이라는 호칭과 쉴 새 없는 일정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지리에도 익숙해졌고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다.
빈민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온 강 의원은 요즘 밖에서 보아오던 한나라당과 몸소 부딪쳐 본 한나라당이 많이 달라 신바람이 난다. 그는 민생대책특별위원회 취약계층분과 간사로 활동하며 누구보다도 열심인 의원들을 보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엔 1%의 희망도 없을 줄 알았어요. 당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빈곤아동이나 소외계층엔 관심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많이들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심재철 의원과 함께 앞장섰던 ‘세비반납’ 운동에도 많은 의원들이 동참했고 총 1억80여 만원을 결식 아동들에게 전달했다. 그간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현장과 연계가 잘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의 분위기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확인하니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감사한 마음을 담은 떡 몇 가지와 1000원짜리 식혜 그릇에 넣어 키운 줄기가 늘어진 고구마 화분을 건넸다. 건네놓고 잘못한 건 아닌지, 너무 성의 없어 보이거나 약소해 보인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지만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국회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은 표하고 싶은데 가진 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성의를 표하고자 한 거지요. 국회, 의원이라는 ‘격’에 맞춰야 한다는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그런데 그 ‘격’이 어떤 건지도 난 사실 모르겠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넨데 사람 냄새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여전히 많다. 보통 의원들은 ‘악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강 의원은 안아주는 것이 익숙하다. 빈민층 봉사활동을 하고 아이들을 많이 대하면서 자연스레 생긴 버릇이다.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덥석 껴안고 본다.
“사람들이 놀라는 것 같기도 하고 익숙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실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의원스럽게’ 행동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점점 나아지겠죠.”
의원회관 202호에 위치한 강 의원실에는 특별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26년 된 커튼. 26년 전 이사한 집에 맞춰 제작했던 커튼은 빈민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이후 그만한 커튼을 달 만한 큰 집에 살아본 적이 없었던 것. 비닐봉지에 넣어 고이 모셔두었던 커튼을 의원이 되면서 회관으로 가져왔다.
목사인 강 의원이 매일 새벽 7시 국회 기도실에서 예배를 드리며 기도한 내용과 성경말씀을 묶어 만든 작은 책자도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예레미아 그리고 국회의원’이라는 책자엔 정치인이 읽어야 할 성경구절도 다수 담겨 있다.
커튼과 책자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값비싼 액자나 화분 대신 직접 그린 그림과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저 사진에 있는 아이의 눈을 보세요. 맑고 깨끗한 저 눈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의정활동을 새로운 공익활동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무대가 옮겨졌을 뿐이에요. 빈민아동이 없는 나라, 빈민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죽을 각오로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