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희씨는 1980년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두었다. 남편과 함께 충북 괴산군으로 내려가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26년간 부부는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부부는 7000평의 농지를 경작했다.

그러던 중 황씨는 2003년 3월 괴산군 초등학교에 교사로 복직됐다. 오랜만의 교직생활이어서 설렌 것도 잠시, 학교에서는 황씨의 농업종사 경력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유는 황씨 소유의 농지가 없어서였다.

우수 농가주부로 표창도 받았는데, 힘들었지만 열심히 농사짓고 살았는데, 정부에서는 자신을 그냥 남편의 보조자라고 했다. 여성 농부는 땅을 가지지 않는 한 농부가 아니었다. 전업농가는 도저히 혼자서는 꾸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인데도 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지침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등·고등 교육공무원을 임용할 때 임용 전 경력을 인정한다. 농업종사는 기타직업으로 분류되어 종사기간의 3할을 호봉에 가산토록 돼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그동안 본인 소유의 농지가 있는 경우만 농업종사 경력을 인정했다. 본인 명의의 농지가 없는 대부분의 여성 농업인들의 농업종사 경력은 불인정돼 왔다.

우리 농촌에서 농지를 소유한 여성 농업인은 19.2%에 불과하다. 반면 농가에서 농업의 절반 이상에 참여하는 여성 농업인은 75%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농지 소유만으로 농업인을 판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황씨는 2005년 1월 여성부에 남녀차별시정 신청을 했다. 26년 동안 써온 농사일지 다섯 권도 제출했다. 남녀차별시정위원회에도 참석했다. 같은 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 성차별 진정업무가 이관됐다. 황씨 외에도 부부가 함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농지원부 사례로 마을 무작위 10명의 농지원부를 제출했다.

그해 10월 인권위가 교육부장관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저 권고에 그쳤다.

그로부터 3년이 다 되어가던 2007년 11월 30일. 청와대비서실 민원·제도개선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의제는 ‘교육공무원 농업종사 경력 인정에 있어서의 성차별 개선’.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농지원부 명의 등록자와 부부관계이고, 농지원부상 세대원으로 등록된 여성 농업인의 경우 읍·면장이 발급한 경작사실 확인서를 농업인 경력 인정을 위한 증명서로 인정토록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도 같은 의견을 냈다.

해가 바뀌고 올해 3월 20일, 교과부는 농식품부의 의견을 반영한 ‘2008년 교육공무원 보수업무 등 편람’을 각 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이제 황씨의 이력에는 명실상부하게 임용 전 농업종사 경력이 추가돼 있다.

여성 농업인의 직업적 지위를 분명하게 하는 일은 비단 교육공무원 임용 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여성신문 지면을 통해서도 사회 각계의 여성 대표들이 여성 농업인의 직업적 불평등성을 지적하면서 정책적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해왔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여 농식품부는 지난해 연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을 개정하면서 여성 농업인의 경영 참여에 따른 농업경영주 인정 조항을 신설했다.

이어 지난 6월 22일 드디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여성 농업인의 직업적 지위를 분명하게 하는 제도로서 재산권을 소유하지 못한 여성 농업인이나 승계 농업인이 필요한 경우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농업인 기준에 따른 ‘농업인 확인제도’를 도입토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핵심 사업으로 ‘여성 농업인의 농업인 불인정에 따른 불이익 해소’를 정하고, ‘여성 농업인 지위 Up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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