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모 제약회사의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던 여대생이 숨졌다는 소식이다. 무엇이 젊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작년 8월 초 나는 대학시절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기념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다.

2주간의 일정 동안 무수히 걸었고, 오로지 걷는 것만으로 국토를 횡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실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만든 것은 참가자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시되었던 국토 완주라는 목표였다.

나를 비롯해 참가자들 대부분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집단활동의 경험, 자기성찰 등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는 얼마나 많은 인원이 낙오하지 않고 완주하느냐로 대장정의 의의를 찾으려 했다.

2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발이 마를 새가 없어 물집이 궤양으로 번졌다.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지만 완주는 이뤄져야 했다.

대학시절 추억을 만들어 보겠다는 평범한 생각으로 참가한 우리들은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 선수처럼 강한 정신력을 요구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가혹한 스케줄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걸었던 나 자신과 친구들이 정말 대견하다. 국토대장정 주최 측의 무심한 처우에 의해 희생된 학생에게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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