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지역통화 전파하는 히로타 야스유키
전 세계에 지역통화 전파하는 히로타 야스유키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7.11 10:17
  • 수정 2008-07-1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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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실용정책을 보완하는 대안이 지역통화"
교환가치만 지닌 지역통화, 양극화 막고 지역경제 살려
‘품앗이’와 ‘촛불시위’가 보여주는 한국의 가능성 믿어

 

“실용정부를 주장하는 현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은 ‘양적인 경제’로 남성적 가치밖에 고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적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대안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저는 그것이 ‘지역통화’라고 봅니다.”

만나자마자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현 정부의 실용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쏟아내는 일본인 히로타 야스유키(32). 이제 막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1년 중 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며 세계 각국에 지역통화를 전파하는 ‘지역통화 전문가’다.

지역통화란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 내에서만 물건이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데 통용되는 통화체계로 보완통화, 자주통화, 회원제통화, 커뮤니티통화, 그린달러, 에코머니, 오리지널머니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1983년 캐나다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마이클 린턴이 ‘LETS'라는 지역화폐를 고안해내면서 시작, 전 세계로 확대됐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돈이 없으면 밥을 먹을 수도 없고 개인에게 재능이 있어도 직업을 갖지 못하면 이를 써먹을 방법이 없어요. 지역통화는 아무리 갖고 있어도 이자가 쌓이거나 불어나지 않고 교환가치만을 지닌 화폐죠. 그래서 ‘돈이 돈을 버는’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동석한 천경희 대전대 교수가 설명을 도왔다. 소비자학 박사인 천 교수는 국내 학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역통화를 연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히로타씨가 지역통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4학년이던 1999년 한 TV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부터. 2001년 지역통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한동안 머물렀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니는 그의 이동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스스로를 ‘미친 사람’이라 표현하는 그는 해외의 새로운 지역통화 사례가 눈에 띄면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8년째. 이제 전 세계에서 지역화폐 운동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시장경제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인정되는 가치는 한정적이고 개개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죠. 지역화폐는 공동체 안에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새로운 지역경제를 만들어냅니다.” 

“벌써 10번 가까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004년. 조선일보 일본판 홈페이지에서 한밭 레츠의 지역통화 운동에 대한 기사를 보고서 무작정 대전을 방문했다. 이후 2004년 일본 나고야, 2005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있었던 관련 학술대회에 한밭 레츠의 사례를 소개할 수 있도록 주선했고 그때 발표를 맡은 사람이 천 교수였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아름다운재단에서 준비 중인 지역통화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아름다운재단과 비슷한 성격의 단체가 홍콩에서 지역통화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알게 되어 홍콩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 아름다운가게에서 강연을 연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한국어까지 7개 국어를 사용한다. 그의 홈페이지 ‘보완통화연구소 JAPAN'(www.olccjp.net)에는 7개 언어로 된 지역통화에 대한 자료가 가득하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자금은 번역과 통역, 강연료, 그리고 항공 마일리지로 충당하고 있다.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이유도 한국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좀 더 많은 한국인과 대화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국어에서 ‘품앗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이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는 없는 개념입니다. 이것이 한국의 특징이며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도 가 봤는데 그 현장의 젊은이들이 바로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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