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부르는 액상과당, 산도 조절제는 방부제
알권리 침해…쉬운 용어로 함량 표시해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빙과류 20개 제품을 무작위로 구매해 제품 뒷면에 게재되어 있는 원료 성분표를 보고 어떤 첨가물이 들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이 물(정제수) 외에 액상과당, 백설탕, 맥아엿, 유청분말, 정제가공유지(야자경화유), 산도조절제, 유화제, 증점제, 정제소금, 합성착향료, 색소 등의 첨가물을 함유하고 있었다.
‘액상과당’ 비만+호르몬 교란
대표적인 첨가물인 ‘액상과당’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액당으로, 설탕보다 값도 저렴하고 당도는 6배나 높아 설탕 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설탕과 달리 체내 흡수 후 아무런 대사과정 없이 바로 간으로 이동해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중성지방화가 된다. 또 호르몬 ‘렙틴’의 분비를 억제해 배가 부르다는 것을 뇌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교란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액상과당은 물 다음으로 아이스크림에 첨가되는 양이 많다. 더욱이 설탕과 고과당인 말토텍스트린, 물엿 등과 함께 쓰이면 당의 섭취가 이중 삼중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특히 물엿은 조청과 같은 당류가 아닌 영양분이 거의 없는 정제당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정제가공유지와 쇼트닝, 정제팜유 등의 기름류는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는 동물성 지방으로, 특히 정제가공유지는 거의 모든 제품에 함유돼 있다.
소량 섭취도 쌓이면 ‘독’
소량이 들어 있어 1회 섭취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꾸준히 여러 번 섭취할 경우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첨가물들도 있다.
물과 기름이 잘 섞이게 하는 ‘유화제’는 많이 섭취할 경우 몸속의 지방과 수분도 서로 섞이게 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또 혈관의 노화를 촉진하고 혈액을 끈끈하게 해 심혈관계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산도조절제’의 경우 미생물 생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부제로 쓰이는데, 과다 섭취 시 체내 pH 조절 이상이 생길 우려가 있다. 산도조절제로 쓰이는 ‘합성비타민C’는 체내에서 암세포를 만드는 유해물질인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이와 함께 일부 제품에 함유돼 있는 ‘치자황색소’는 일본에서 ‘위험등급 3급 첨가물’로 분류되는 성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허술한 표시… 알권리 ‘침해’
하지만 소비자들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지 않는 한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성분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말토덱스트린’ ‘결정포도당’ ‘유청분말’ ‘쇼트닝’ ‘카라기난’ ‘로커스트콩검’ 등 어려운 식품 첨가물명을 그대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량 표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로 운영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정제수를 제외한 모든 원재료명과 성분명은 제조·가공 시 많이 사용한 순서에 따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정제가공유지가 얼마나 들었는지, 유화제가 얼마나 들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또 일부 제품이 수입산 곡물이나 농축액을 사용하면서도 특정 국가명을 표시하지 않고 ‘수입산’으로만 기재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원산지 표기가 없을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유전자조작(GM) 옥수수 등 값싼 재료를 사용해도 드러나지 않는다.
첨가물 구체적 표시해야
이를 위해 최소한 소비자들이 식품의 유해성·무해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식품표시가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말토덱스트린(고과당)’처럼 원 재료명 옆에 이해하기 쉬운 내용을 표기해 주는 등 어려운 용어를 보다 쉽게 써주고, 첨가물별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1일 허용량과 함께 기재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포장지의 공간이 부족하다면, 제품사 홈페이지에 정보를 게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기관과 소비자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름철 빙과류에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판단 기준으로 섭취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소비자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행동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아이스크림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스스로 의문을 가져야 하며,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다면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 또, 유해한 첨가물을 대체할 만한 성분을 논의해 기업 측에 전달하는 소비자 운동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