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갈등 ‘비폭력 대화’로 풀자
부모-자녀 갈등 ‘비폭력 대화’로 풀자
  • 김재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7.04 15:01
  • 수정 2008-07-0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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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보다 자기 마음 들여다보면 화줄어
가족갈등 해결할 새로운 해법으로 눈길

 

자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비폭력 대화법을 배우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자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비폭력 대화법을 배우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하루 종일 TV만 보고 있는 아이를 향해 “TV 꺼!”라고 소리치며 전원을 꺼버리는 부모와 “내 맘대로 할 거야! 리모컨 내놔!”라며 반격하는 아이. 부모의 일방적인 명령과 아이의 말대답에 갈등이 절정에 다다르고 마는 상황. 많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럴 때 “TV 보는 것이 그렇게 좋아?”라는 한 마디가 대화를 한결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욕구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폭력 대화법’의 한 방식이다.

사람들 간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비폭력 대화법’이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아는 데서 출발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는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법이다.

1960년대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고안한 비폭력 대화법은 캐서린 한 이 2006년 한국비폭력대화센터를 설립하면서 한국에 전파되었다. 비폭력 대화는 나 자신이 왜 화나는지, 왜 힘든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남을 미워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것.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서 비폭력 대화법 강좌를 수강한 주부 김숙희(36)씨는 “비폭력 대화법을 배운 뒤 인생의 중심이 남편과 아이에서 자신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분노가 생길 때마다 남의 탓을 하기보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어 남편과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줄었다.

관찰-느낌-필요-부탁 4단계



자녀 교육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비폭력 대화법 중 하나는 관찰, 느낌, 필요·욕구, 부탁 등 4가지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원 간다고 나간 아이가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 부모는 “너 왜 거짓말 했어?” “커서 뭐가 될래?”식으로 반응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부모가 화가 난 이유와 아이에게 바라는 점을 비폭력 대화법을 통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즉, 아이가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을 접하면(관찰), 화가 나고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느낌), 아이가 정직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욕구), 다음부터 거짓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보자(부탁)는 것. 이런 4가지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 가면 해결점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를 사용할 때 문제해결을 위한 부탁은 최대한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비폭력 대화는 인간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무생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아이가 부주의하게 뛰다 의자에 부딪쳐 다쳤다고 할 때 부모들은 종종 아이를 달래기 위해 ‘나쁜 의자, 때찌!’ 하며 의자 탓을 한다. 하지만 아이의 실수를 의자에 전가하고 의자를 처벌하면 아이는 힘들 때마다 남의 탓을 하게 된다. 이때 내가 아프면 무생물이지만 의자도 아플 수 있다는 인식을 길러주자는 것. 이렇게 하면 자신을 비롯해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아버지를 위한 비폭력 대화법

비폭력 대화법이 특히 필요한 것은 아버지들이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주 5일제의 확산으로 자녀와 아버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지만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비폭력 대화법을 통해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화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 평소 아버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버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

“아빠, 우리 초콜릿으로 점심 먹으면 안 될까” 식의 황당한 의견조차 일단은 진지하게 들어준 뒤 아버지의 의견을 말한다면 아이와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또 “초콜릿으로 점심을 때우면 배가 고프지 않을까?” “이가 썩어 치과에 가야 하지 않을까”식의 질문을 하며 대안을 고민하게 한다면, 문제해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보경 한국비폭력대화센터 강사는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한 경험이 적은 한국 남성들은 아주 엄격한 아버지처럼 행동하거나 아이들이 무조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경향이 있어 아이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아버지들에게도 양육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비폭력 대화법을 배우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아직 한국의 비폭력 대화법 교육은 초기 상태다. 국내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은 한국비폭력대화센터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한겨레 문화센터 등.

비폭력 대화법이 발달한 외국에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감옥, 군대, 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르완다 등 대립을 겪고 있는 곳에서도 NVC 교육이 보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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