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987호의 여성사 전시관의 특별기획전 기사를 보면서 머릿속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작년 겨울방학 친구의 부탁으로 작은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일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언니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조선족으로 상냥한 미소와 자상한 성격을 지닌 조용한 사람이었다. 다소 부정확한 발음을 제외하면 그녀를 한국인들 틈바구니에서 도드라지게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우리는 약 두 달간 함께 일했고 학기가 시작되어 일을 그만두기 직전까지 나는 그녀가 중국인인 줄 알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저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가난한 중국인’이라 여겼다가, 그녀의 출신성분을 알고 나자 미안함으로 돌변하는 내 빈천한 생각이 꼭 나만의 전유물이었을까. 나의 죄책감은 한민족의 피가 흐르지 않는 중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이해는 국적과 핏줄이 아닌 그 사람 자체로부터 비롯되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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