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 라이더’
‘웨일 라이더’
  • 옥선희 / 영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7.04 12:05
  • 수정 2008-07-04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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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개척한 소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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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타고 바다로 간 소녀를 만날 수 있는 영화 ‘웨일 라이더’(Whale Rider)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7월에 어울리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성장 영화다.

“내 이름은 파이키아 아피라노, 줄여서 파이라고 합니다. 수천 년 전 하와이키에서 고래를 타고 뉴질랜드로 온 파이키아의 후손입니다. 그러나 내가 여자여서 족장인 가문의 대가 끊겼습니다.” 13살 마우리족 소녀가 학예회에서 흐느끼며 털어놓는 가족사는 파이 자신의 것을 넘어서 전 세계 원주민 여성들의 처지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파이(케이샤 캐슬 휴즈)의 엄마는 출산 도중 쌍둥이 남동생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파이의 아버지(클리프 커티스)는 홀로 살아남은 딸에게 위대한 조상의 이름 파이키아를 선물하지만, 족장 자리를 이을 손자를 바랐던 할아버지(라위리 파라텐느)는 “쓸모없는 여자아이”라며 외면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다, 대를 잇는 문제로 할아버지와 갈등하던 아버지는 슬픔을 안고 도시로 떠나 조각가가 된다. 파이는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애정 표현을 않는 엄한 할아버지, 인자한 할머니, 낙천적인 삼촌 밑에서 속 깊고 영특한 소녀로 성장한다.

세월이 흘러도 아들이 지도자 자리를 이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할아버지는 마을 장남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지만, 지도자 자질을 보이는 소년이 없어 낙담한다. 파이는 훈련장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전통무술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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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느 날, 고래 떼가 육지로 올라온다. 주민들은 자신의 조상을 이 땅에 실어다 주었다는 고래들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거대한 고래는 꿈쩍도 않는다.

절망한 할아버지와 주민들. 파이가 쓰다듬고 노래를 부르자 고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이는 고래 등에 올라타고 고래 떼를 바다로 이끈다. 할아버지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진정한 지도자가 된 파이를 전송한다. 뉴질랜드의 여성 감독 니키 카로의 ‘웨일 라이더’는 위티 이히마에라의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뉴질랜드 북섬 동쪽 해안가 왕가라 출신인 이히마에라는 고래를 타고 왔다는 조상의 전설과 “왜 영웅은 모두 남자인가요?”라는 딸의 질문을 받고 소설을 썼다고 한다.

실제 마우리족 여성은 강하며, 여성이라고 해서 무시되는 일은 없다고 하니, 할아버지와 파이의 갈등은 세대 갈등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되겠다. 

“왜 할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라고 울먹이는 파이의 천진한 마음에 동참할 수 있다면, 파이가 고래 떼를 이끌고 바다로 향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기적으로만 여길 수 없을 것이다.

파이가 고래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징하고, 새 시대에 맞게 전통이 계승되어야 함을 은유하며, 여성과 자연의 교감을 나타낸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한 소녀의 슬픔을 넘어서, 자신의 권리와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상과 참다운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케이샤 캐슬 휴즈의 신선한 마스크와 연기, 원주민 문화를 방영하기 위해 애쓴 제작진의 노력은 ‘웨일 라이더’가 선댄스, 토론토,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감독 니키 카로/ 주연 케이샤 캐슬 휴즈, 라위리 파라텐느/ 제작연도 2003년/ 상영시간  101분/ 등급 전체/ 출시사 알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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