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연구용역 착수… 8월말 공청회 거쳐 연내 통과 목표
‘성평등 지표’ 도입 눈길… ‘여성정책조정회의’는 폐지키로

여성정책이 ‘성평등 정책’으로 바뀐다.

여성부(장관 변도윤)는 여성정책의 토대인 ‘여성발전기본법’을 가칭 ‘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기 위한 포럼을 지난 19일 열고,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성평등 정책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1995년 제정된 기본법의 ‘여성발전’이라는 용어가 시대적 변화와 맞지 않고, 여성만을 수혜 대상으로 삼는 제한적 ‘여성정책’에서 벗어나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성인지적 정책’을 통해 여성문제를 남녀 동반자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정의 ▲국가와 지자체가 이행해야 할 성평등 정책의 내용 ▲성평등 정책에 대한 평가 틀 등 성평등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포럼에는 여성부 연구용역을 맡은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조숙현 변호사(법무법인 한울), 지난 2006년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서울여성가족재단의 장명선 박사,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 정은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국장 등 학계, 법조계, 여성계 전문가 10여 명과 여성부 여성정책국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연구책임자인 변화순 소장은 “성평등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어느 정도 공유된 상태”라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것을 법체계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종전의 구체적인 안을 놓고 조정하는 방식 대신, 포럼 패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면 연구진이 다듬는 과정을 오는 8월까지 총 4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남은 세 번의 포럼에서는 ▲건강가정기본법, 저출산고령화관련법 등 타 법률과의 관계 ▲성평등 시책의 수용범위 ▲개정 법률안의 적용과 여성정책 추진체계 등에 대해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성평등법’으로의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성평등 지표’의 도입이다. 성평등 지표는 공직 참여율과 경제활동 등 사회 각 분야별로 여성과 남성의 성평등 정도를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조진우 여성부 여성정책과장은 “기존 여성정책의 기본시책과 조정체계를 성평등 지표를 통해 관리함으로써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성평등 정책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평등 지표의 구체적 활용방안은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지난 1998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추진되고 있는 ‘여성정책기본계획’(2008~12)을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를 둔 ‘여성정책조정회의’는 법 개정과 함께 폐지키로 했다. 지난 2002년 설치된 여성정책조정회의는 여성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추진체계로,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의 장관을 위원으로 둔다. 하지만 1년에 1~2번 열리는 정도여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앞서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는 지난 5월 27일 530개에 달하는 정부위원회를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확정했다. 여성부의 경우 정책분석평가자문위원회는 정책자문위원회로 통합하고, 여성정책조정회의는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진우 과장은 “행안부가 여성정책조정회의 폐지를 권고하기 전부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추진체계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고, 이번 성평등법 개정작업과 병행해 구체적인 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성부는 오는 8월 말까지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의견수렴 및 공청회를 거쳐 12월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여성부 부처명을 ‘성평등부’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여성부의 영문명은 성평등부를 뜻하는 ‘Ministry of Gender Equality’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