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지원·상담 필수” vs “이혼 후 준비 막아”
22일부터 실시…자녀 없으면 3개월 상담의무

지난 22일 시행된 ‘이혼숙려기간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정 민법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협의이혼이 불가능하며, 협의이혼 신청 시 미성년 자녀의 양육 계획 및 친권자 결정 협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협의 내용에는 양육비용 부담 주체와 부담 액수 및 방법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이혼 뒤 부모에게만 인정되던 면접교섭권을 자녀에게도 부여해 부모와 만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혼숙려기간제’ 도입이다. 이 제도는 협의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가정법원에 이혼 신청을 한 경우 양육할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 동안 ‘숙려기간’을 가진 후 이혼 의사를 확인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여성계의 지적에 따라 폭력으로 인해 당사자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예상되는 등 이혼을 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숙려기간을 단축 또는 면제할 수 있게 했다.

이혼숙려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측은 “이혼에 급급하다보면 법률적인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없이 여러 가지 불이익이나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숙려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지원과 상담 등이 이뤄지는 과정으로서 숙려기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3주간의 숙려기간을 도입한 수원지법의 경우 1년간 협의이혼 취하율이 이전 6%에서 23%로 증가했고, 서울과 대구, 부산지법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혼숙려기간이 이혼 당사자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이혼 후 삶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아 결국 이혼 당사자들을 곤란하게 하는 제도라는 지적도 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는 “이혼숙려제는 이혼 당사자들의 경험을 묵살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이혼 후 삶에 대한 준비과정’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혼을 무작정 막는 것이 아니라 ‘이혼 후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숙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혼숙려기간을 통해 당사자들에게 이혼을 재고하는 ‘상담’을 권고할 것이 아니라 이혼 결과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정순 변호사(법무법인 로텍)는 “숙려기간이 ‘이혼의사’ 자체를 재고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숙려기간은 무의미하다”며 “다만 협의이혼 의사 확인 전 일정 기간 조정, 교육 등의 절차를 거쳐 협의이혼 당사자들에게 이혼 결과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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