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범죄화 10년, 과제는?
성희롱 범죄화 10년, 과제는?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6.27 11:10
  • 수정 2008-06-27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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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여성의 관점’ 재논의 시급
국가인권위와 법원 판결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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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판단근거인 ‘합리적 여성의 관점’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 3명 중 1명만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하거나,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결정을 내리는 등 오히려 성희롱 판단에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회식자리에서 여교사에게 술 따르기를 권유한 초등학교 교감의 행위가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여성 3명 중 2명이 성적 굴욕감을 느끼지 않았으므로 1명이 느낀 감정은 합리적 여성의 관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리적 여성의 관점’이란 일반 여성이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진정인과 마찬가지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것으로 판단되면 성희롱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혜령 변호사(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족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직장 내 성희롱의 대표적 사례로 명시해 놓고도 법원은 일관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위와 여성부, 노동부, 법무부 등 성희롱 업무를 다루는 정부부처가 협의체를 만들어 성희롱 판단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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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그때 그때 다르다?’

‘합리적’이라는 의미 자체가 모호하고 주관성이 크다는 지적도 높다.

국가인권위는 수업시간에 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너 정도면 난자 가격이 비싸겠는데…”라고 말한 대학교수에 대해 “교수가 수업시간에 난자가격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일반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심한 성적 굴욕감 또는 수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성희롱 결정을 내렸다.

반면 대형할인매장 까르푸의 한 남성 상사가 수납팀 여성 직원들에게 “이렇게 예쁜데 왜 아직 결혼을 안 하고 있느냐”고 말하고, 회식자리에서 여성 직원의 허벅지를 때리고 팔뚝을 깨문 행위에 대해서는 기각 처리했다.     <표참조>

인권위는 “이 정도의 발언은 ‘일반적인 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성희롱은 아니며, 때리고 깨문 행위는 분명 불쾌감을 일으킬 만하나 성적 수치심이나 굴욕감,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희롱의 판단기준인 ‘합리적 여성의 관점’은 입법 초기부터 의미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실제로 두 사건에서도 결과를 달리할 뚜렷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인권위의 성희롱에 대한 판단은 합리적 여성의 관점을 우선하고 있지만 사실상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까르푸 여성 직원들은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8일 “인권위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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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과태료 부과 확대"



성희롱 규제 강화를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구제수단 확대를 위한 방안도 제안됐다.

차혜령 변호사는 “인권위 권고는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조치가 없다”며 “현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의 차별시정 절차를 참고해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무부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마저도 불이행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인권위가 조정이나 권고를 통해 성희롱 사실을 확정하고 노동부에 통지하면, 노동부가 가해자에게 과태료 부과처분을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피해자 구제수단도 논의됐다.

이수연 국가인권위 차별시정본부 성차별팀장은 “가해자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의 권리회복은 달성되기 어렵다”며 “인권위 결정에 불복하는 가해자를 상대로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비용을 정부가 보조해주거나 국선 변호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장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가 주최하는 인권교육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경 소장은 “인권위가 권고결정을 내린 39건 중 82%에 달하는 32건에 대해 인권교육 권고가 내려졌지만 1회 4시간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며 “최소 4회 이상 출석토록 해 꾸준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더불어 교육대상의 성희롱 행위유형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 강사 인력풀의 운영, 이를 위한 예산과 인적자원 투자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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